[사이언스온고지신]〈끝〉'킴사이버랩'으로 여는 제조 AX의 길

2025-12-29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AX) 열풍이 거세다. △연구개발(R&D) △설계 △생산·제조 △시험·검사 △운전·유지·보수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에 AI와 디지털 기술 접목은 신제조업으로 도약하는 필수 코스가 됐다. 문제는 우리 산업 허리이자 경쟁력 근간인 중소·중견기업 AX 속도가 여전히 더디다는 점이다.

제조 AX 핵심 도구 중 하나는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SW)다. 제품을 실제로 만들기 전 가상공간에서 성능·신뢰성을 검증하는 기술은 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운전 과정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이지만 기업 현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구조, 유동, 동역학 등 고급 해석에 필요한 상용 SW는 대부분 외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고, 고가의 구독료는 중소·중견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AX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시작조차 쉽지 않은 이유다.

이런 산업 현장 장벽을 낮추기 위해 한국기계연구원은 오픈 소스 기반 엔지니어링 SW 패키지 '킴사이버랩(KIMM Cyber Lab)'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산업통상부 가상공학플랫폼 구축 사업 일환으로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기계·제조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핵심 기능을 하나의 통합 환경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킴사이버랩은 구조해석, 유동해석, 컴퓨터 지원 설계(CAD), 컴퓨터 지원 제조(CAM), 동역학 해석, 시스템 해석 등 기업 현장에서 필수인 6종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한다. 설계·가공에서부터 부품 강건성 예측과 시스템 성능 검증까지 제조 AX에 필요한 대부분 기능을 포괄한다.

기존 오픈 소스 해석 도구는 숙련된 전문가에게는 유용했지만 일반 기업 엔지니어에게는 진입장벽이 있었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오가며 파일 형식을 맞추는 과정 자체가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킴사이버랩은 이런 불편을 기술적으로 해소했다. 자체 및 외부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에서도 주요 외산 상용 SW와 비교해 오차 5% 내 신뢰도를 확보했다.

킴사이버랩은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배포되고 있으며, 해석에 필요한 금속·플라스틱·세라믹·섬유 등 64종 소재 데이터베이스(DB)도 함께 제공된다. SW 배포에만 그치지 않고, 현장 적용을 위한 교육과 기술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 결과 LG전자, 주안·부평산업단지 등과 협력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보급이 확대되고 있으며, 누적 다운로드 수는 1600건을 넘어섰다. 2022년 이후 총 66회 교육과정을 통해 870여명 산업 현장 인력이 킴사이버랩을 활용한 가상공학 역량을 갖췄다.

새해에는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정규 교과과정에도 킴사이버랩 기반 AX 교육이 도입될 예정이다. 킴사이버랩 사용으로 국내 기업과 기관 엔지니어링 SW 도입 비용은 약 1000억 원 정도 절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기계연구원은 매년 킴사이버랩 경진대회를 통해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한 고도화 항목을 발굴하고 있으며, 산업군별 특성을 고려한 기능 확장과 업데이트를 지속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연어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설계·해석을 자동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도 준비 중이다. 이는 해석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비전공자도 제조 AX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다.

제조 AX는 한국의 산업계가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선택지다. 킴사이버랩은 중소·중견기업이 AX로 가는 현실적인 첫걸음이 되기 위해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앞으로도 기업·기관 수요에 맞춘 맞춤형 가상공학 플랫폼을 통해 제조 현장 AX 동반자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산업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seoghyeon.ryu@kim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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