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컴퓨터 화면 속 텍스트와 이미지에 머물던 AI가 이제 우리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사람의 필요를 미리 헤아리는 ‘AI 에이전트’를 넘어 건물과 길, 동네의 분위기까지 이해하는 물리적 AI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가 공개한 코스모스 모델은 공간의 형태와 질감을 이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AI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일상을 이해하며 생활을 돕는 동반자가 되고 있다.
AI 경쟁의 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 성패는 알고리즘의 성능이나 모델의 크기가 아니라 어디에서 작동하고 어떤 데이터로 학습되며 어떻게 검증되는가에 달려 있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AI는 연구실과 서버 안에 머무를 뿐 도시와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로 자리 잡기 어렵다.
동네가 답이다. 동네는 이동과 소비, 에너지 사용, 환경 변화, 돌봄과 안전 같은 삶의 장면이 매일 축적되는 공간이다. 여기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단순한 수치의 집합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인간관계가 함께 얽힌 삶의 기록이다. AI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 담긴 생활 데이터이며 동네는 AI가 배우고 검증하며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무대다.
동네는 AI 실증에도 적합한 단위다. 적절한 규모 덕분에 시행착오의 부담은 적고 개선의 속도는 빠르다. 알고리즘은 실제 생활 속에서 적용과 보정을 거듭하며 점차 정교해진다. 예를 들어 AI 기반 에너지 관리나 쓰레기 수거, 노인 돌봄로봇은 전국 단위의 일괄 도입보다 동네에서의 생활 속 검증을 거칠 때 효과가 분명해진다. 이러한 작은 성공이 쌓일 때 AI는 기술을 넘어 일상에서 신뢰를 획득한 사회 인프라로 발전한다.
AI가 동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함께 필요하다. AI 시대의 인재는 한 분야를 깊이 이해하면서도 영역 간의 경계를 넘나들고 AI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다. 동네에서 자라는 아이,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중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노년까지 모두가 잠재적 인재다. 도시는 이들이 삶의 어느 단계에서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인재로 성장하는 조건은 분명하다. 실패를 허용하고 질문을 장려하며 기술을 두려움이 아닌 배움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심리적 안정감이 뒷받침된 환경이다. 이러한 마음의 안정은 사람들이 매일 살아가는 동네의 공간과 환경 속에서 비롯된다.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충분한 햇빛, 안전하게 걷고 머물며 이웃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은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기본 조건이다. 이러한 동네에 사람이 모이고 인재가 자라나며 AI와 사람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혁신의 문화가 형성된다.
화면을 벗어나 공간과 환경, 일상의 맥락을 이해하는 물리적 AI로 진화한 지금, AI의 미래는 데이터센터나 연구 단지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AI 기술을 동네라는 생활 공간에 집약해 실증하고 시민이 직접 체험하며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작은 성공을 만들어갈 때 AI는 비로소 도시의 기반 기술이 된다. 르네상스가 피렌체의 공방과 골목에서 시작됐고 디지털 혁신이 실리콘밸리의 동네 차고에서 싹텄듯 문명은 언제나 동네의 일상에서 자라났다. AI 시대에 동네는 새로운 의미의 인프라로서, AI 문명의 방향과 성패는 결국 동네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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