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프로농구 개막 전 가장 큰 화두는 ‘하드 콜’의 도입이었다.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몸싸움에 대한 파울 콜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도입 첫 시즌인 만큼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규 시즌이 반환점을 돌면서 이전의 ‘소프트 콜’ 기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L은 올해 2024~2025시즌 규정 설명회에서 심하지 않은 신체 접촉에 대해서는 파울 판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손을 사용한 공격 방해에는 파울이 선언되지만 가벼운 신체 접촉을 통한 파울 유도에는 콜을 불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상적인 수비 위치에서 상대 팀 공격수를 따라 좌우 또는 뒤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신체 접촉이 있어도 파울을 불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러한 ‘하드 콜’은 올해 취임한 유재학 경기본부장의 농구관에서 비롯했다. 그는 지난 7월 취임식 당시 “기존의 판정 기준이 경기 흐름을 너무 많이 끊는다는 불만이 많이 있다”라며 “한창 경기가 진행될 때 콜 때문에 흐름이 끊기면 팬들 입장에서도 문제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파울 콜을 장착한 리그는 이제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지난 시즌보다 과감한 수비가 가능해진 만큼 적극적인 몸싸움을 통해 볼을 쟁취하고 강한 압박 수비를 펼치는 팀이 초반 우위를 점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수비수들은 하드 콜에 적응해 터프한 수비 전술을 익혀 나갔다. SK 오재현은 안양 정관장과의 1라운드 경기 이후 “컵대회 때 터프하게 수비해도 콜이 안 나오길래 그때의 마인드로 경기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 정성우도 지난 10월 “이전까지는 경기에서 허용되는 몸싸움의 기준이 모호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나는 하드 콜의 특혜를 많이 받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드 콜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오심도 빈번했다. 손을 사용하는 공격 저지 행위는 명백한 파울인데 이마저 불리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지난달 19일 KBL 경기본부는 이번 시즌 1라운드에서 지적되지 않은 오심이 평균 3.46개로 지난 시즌(2.97개)에 비해 늘어났다고 밝혔다. 당시 유재학 KBL 경기본부장은 “심판 교육 때 ‘머리를 더 집어넣으라’라고 한다. 가만히 있지 말고 좌우로 움직이고 앞으로도 밀어 넣으면서 (파울 콜을) 불지 않는 부분이 없도록 하라고 주문하며 계속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판 콜의 기준이 정립되는 과정은 현장에서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선수와 감독은 직접 부딪치며 적응해 가는 수밖에 없다. 강혁 가스공사 감독은 “1라운드에서 파울이 안 불렸던 수비 동작이 2라운드에서는 파울이 되다 보니 선수들이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는 부분이 생긴다”라며 “KBL 측에서도 1라운드 후 소통하며 파울 콜 기준에 변화를 준 것이기 때문에 이에 적응해 수비에도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