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과 중국 사이의 의료기기 정책 '맞불' 조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이 중국으로 집결하고 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의료기기 시장의 잠재력과 중국의 자국산 우대 정책 등이 글로벌 기업들에 매력적인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삼성메디슨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중국 내 삼성전자(005930)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메디슨은 설립 이래 최초로 삼성전자 쑤저우 공장에서 초음파진단기기 'HERA Z20'를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 물량은 800대 정도로 알려졌다. 올 1분기 삼성메디슨이 강원 홍천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은 5800대 정도다.
생산규모가 크진 않지만 삼성메디슨이 삼성전자 해외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의 자국산 우대 정책 등에 따라 중국 판매분은 현재도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생산 중"이라며 "쑤저우공장 외 자체 해외 공장 설립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쑤저우 공장 생산을 통해 중국 현지 시장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이 자국 의료기기 제조업체의 공공조달 참여를 금지한 유럽연합(EU)에 대한 맞불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85억 원 이상의 의료기기를 구매할 경우 EU 기업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는 지난달 EU 집행위원회가 79억 원 이상의 의료기기 공공조달 시 중국 기업의 입찰 참여를 금지한 것에 맞대응한 제재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은 중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현재 자국산 의료기기 공급 확대와 기술 발전을 위한 우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의료기기를 첨단장비로 보고 신흥산업으로 분류해 국내외 연구개발기관이 중국산 설비를 구매할 경우 부가가치세를 전액 환급해 주고 있다. 또 의료기기 수입 관세를 감면해주고 있으며 2021년 의료기기 관련 규제를 개선해 승인 프로세스를 간소화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 특성상 현지 병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해 중국 현지 생산과 영업이 이득"이라며 "중국 내 공공입찰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GPS'로 불리는 GE 헬스케어·필립스·지멘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도 중국 내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중국 내 7개 공장 보유한 GE 헬스케어는 연구개발(R&D)부터 제조까지 중국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GE헬스케어 초음파 제품의 95%는 현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필립스는 10년 전부터 중국 현지화를 시작해 초음파, CT 등 정밀진단 제품을 100%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필립스는 중국에 제조 공장, R&D 센터 설립, 현지 기업과 합작 투자 등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