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낸다. 미국 내 희토류 생산을 늘려 중국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등 백악관 고위 관리들은 최근 희토류 생산업체에 대한 최저가격 보장 조치를 확대했다. 희토류 공급망을 틀어쥐고 있는 중국이 저가 공세를 이어가면서 미국산 희토류가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10개 희토류 기업과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술 기업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애플과 MS는 전자제품 제조 과정에 필요한 희토류를 지속적으로 공급받는 고객사다. 앞서 지난달 15일 애플은 미국의 희토류 채굴·가공업체 MP머티리얼즈와 희토류 자석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백악관 측은 이 자리에서 생산자들에게 최저가격을 보장해 희토류의 미국 내 생산을 크게 늘리고 중국의 시장 지배를 억제하기 위해 '팬데믹 시기와 같은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집권했던 트럼프 행정부 1기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신속한 백신 개발을 위해 '초고속 작전'을 지시했고 그 결과 1년도 되지 않아 백신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미국 정부가 현재 글로벌 광물 경쟁을 비상 사태로 판단하고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도 이같은 속도전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나바로 고문은 회의에서 MP머티리얼즈에 적용하기로 한 국방부의 최저가격 보장 조치는 일회성이 아니며 비슷한 계약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저가격 보장 외에도 여러 인센티브를 이용해 미국 내 희토류 생산 증대를 대대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상업적으로 희토류 공급망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11일 MP머티리얼즈의 지분(우선주) 15%를 4억 달러(약 5600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이 업체가 생산한 희토류에 최저가격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중국산 희토류의 시가 대비 2배 가까이 높은 가격에 매입해 회사의 수익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나바로 고문은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우리 목표는 광산부터 최종 제품까지 전체 희토류 스펙트럼에 걸쳐 우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업들은 이런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잠재력을 지녔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투자도 촉구했다. 나바로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 기업들이 희토류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길 원한다"며 "기업들은 초기 단계 투자, 또는 인수합병(M&A)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희토류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희토류 자석이 포함된 장비의 수출을 금지해달라는 건의도 나왔다. 그러나 나바로 고문은 현재 미·중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이고, 미국 희토류 산업이 완전히 독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후 중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나바로 고문은 로이터통신에 "모든 정책적 선택지가 검토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