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면 야근해도 수당 못 받나요? [슬직생]

2025-03-09

근로 시간 산정 어렵지 않은 경우 무효

화물운송운전자 등 포괄 임금 약정 가능

#중소 출판사 3년 차인 A씨는 올해 들어 프로젝트가 늘어나 지난달부터 야근을 거의 매일 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이달 통장에 찍힌 월급액은 지난해와 똑같았다. A씨는 근로계약서를 찾아봤다. 거기엔 ‘임금 350만원(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포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신문에서 봤던 ‘포괄임금제’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된 듯했다. 그러면 앞으로 야근을 매일 해도 별도 수당을 받을 수 없는 것인지 A씨는 억울하기도 하고, 헷갈리기도 했다.

포괄임금제란 기본임금을 정하지 않고 야간근로수당 등 각종 수당을 합친 금액을 월 급여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정한 뒤 매월 일정액을 각종 수당으로 추가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근로기준법에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실무상 인정되고 있을 뿐이다.

A씨처럼 ‘임금 350만원(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포함)’이라고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다면 포괄임금제에 해당한다. 또 ‘임금 350만원, 법정 수당 20만원’이라고 적혀 있는 경우도 포괄임금제다.

주말 출근이 잦고 야근도 빈번한 직군인 경우엔 회사가 근로시간을 정하기 측정하기 어렵다. 이 경우 회사는 포괄임금제를 도입하곤 한다. 소정근로시간보다 더 일해도(연장근로수당), 밤에 일해도(야간근로수당), 휴일에 일해도(휴일근로수당) 정해진 월급만 주면 된다.

지난해 민주노총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노동자 8209명 중 포괄임금제 적용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4.2%였다. 산업단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57.0%가 포괄임금을 받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 4781명 중 절반 이상인 51.3%가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면 결국 A씨 경우 야근을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2015년 대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면 회사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무직인 A씨 경우 근로시간을 충분히 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유효하지 않은 포괄임금 계약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회사는 실근로시간에 따라 초과분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포괄임금제가 무효면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계산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중 포괄임금제 탓에 받지 못한 부분을 청구할 수 있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 포괄임금약정이 가능한 업무로 보는 사례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야 한다. 예컨대 장거리 운행을 해야 하는 화물운송운전자, 근로와 휴식의 구분이 어려운 관광버스운전자, 시외버스 운전자 등은 판례에서 포괄임금 약정이 가능한 업무로 분류됐다. 대법원은 일일 기상 상황에 따라 작업 여건이 달라지는 건설공사 현장근로자도 실제 근무 여부와 정확한 근로시간 확인이 어려운 직군으로 판단했다. 다만 이러한 직업 및 직군도 근로자가 일한 시간을 산정하는 게 어렵지 않다면 회사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할 수 없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