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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100은 정가가 5000만원 정도지만, 실제로는 8700만원에 거래된다. 대형언어모델(LLM)을 손에 넣으려면 최소 1만6000개의 비싼 GPU와 엄청난 전기료 지급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믿어왔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통념을 깼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중국의 근성에 일격을 당했다.
딥시크는 저성능·저가형 GPU인 H800을 2048개만 사용해 챗GPT 수준의 AI 모델을 내놨다. 개발 비용을 수천억원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게다가 오픈소스로 제공해 누구나 자유롭게 성능을 개선하거나 특정 분야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다. 시장 반응은 엔비디아 주가 17% 폭락으로 나타났다. 연구계의 반응도 뜨겁다. 인간의 지능을 통해 연구개발 환경의 상대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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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AI가 나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인력·창업자·자금·데이터·문화다. 2023년 7월 설립된 딥시크에서 140명의 젊은 연구자가 함께 일한다. 량원펑 CEO는 17세에 대학에 들어간 수학천재다. 그는 5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산으로 고액 연봉에 천재 연구원들을 불러모았다. 그는 엔지니어들에게 마음 놓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물질적 여건 못지않게 중요한, 높은 목표·자부심·동기를 부여했다.
우리나라 AI 산업은 딥시크 사례에 등장한 성공요소 대부분과 거리가 멀다. 주 52시간 근로 논란이 놓치는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구태의연한 대입제도와 대학운영 때문에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양성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천재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두하도록 전적인 자율성, 즉 ‘자유’를 줘야 한다. 또 그들을 불필요한 보고서·보고·회의와 같은 각종 잡일로부터 ‘해방’해야 한다. 실패를 회피하려는 보신주의를 청산하고 그 자리에 원대한 목표가 들어서야 한다. 국가연구개발 관리체계는 날로 고도화되는 연구내용을 질적으로 선도·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인재와 조직, 관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한 마디로 각급 연구단위 차원이나 국가 차원에서 더 중요하고 더 근원적이고 더 어려운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또 다른 핵심은, ‘문제를 연구개발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탈성장기에 희미해진 것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코드 입력과 디버깅 단계는 실은 연구개발의 거의 마지막 단계다. 대부분의 연구개발은 타이핑에 선행해서 사람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AI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려면 지식산업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변혁의 핵심은 연구개발에 대한 믿음을 복원하고 연구자를 믿고 그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이수화 법무법인 DLG AI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