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習近平·72) 중국 국가주석의 정적으로 불리다가 실각한 보시라이(薄熙來·76) 전 충칭 당서기의 아들인 보과과(薄瓜瓜·38)가 최근 들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어 중화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홍삼대(紅三代·혁명 원로 3세)인 보과과는 지난 15일 중국의 '아버지의 날'을 맞아 옥중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글을 소셜미디어 X에 올렸다. 보과과는 어린 시절 부친인 보시라이의 품에 안긴 미공개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보과과는 우선 영어와 중국어로 “아버지의 날을 축하한다”며 “기억하는 한 우리는 천리를 떨어져 부자(父子)로 지내는 데 익숙하다”고 회상했다. 이어 9살 때 자신이 지은 한시를 보시라이가 남들에게 자랑했던 추억도 소개했다.
보시라이가 다롄 당서기에서 상무부장으로 승진한 시절을 회상하며 “기다리던 당신과 어머니가 베이징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영국 기숙학교를 다니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 경제학을 조금 공부하며 썼던 제법 괜찮은 논문으로 당신이 중국과 유럽의 무역 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보시라이가 낙마한 충칭 당서기 시절도 언급했다. 그는 “가족이 충칭으로 이사했을 때 저는 이미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며 “당신은 마침내 저를 성인으로 대우했고, 저는 사무실에 미리 약속해 정원을 함께 산책하며 당신이 읊는 문천상(文天祥·1236~1283), 범중엄(范仲淹·989~1052), 담사동(譚嗣同·1865~1898)의 시를 들었다”고 적었다. 보과과가 언급한 문천상은 몽골족의 원나라에 저항하다 무고로 참수당했고, 북송의 범중엄과 청말의 담사동은 모두 개혁을 추진했으나 끝내 실패한 불운의 개혁가였다. 마치 이들을 보시라이의 운명에 빗대는 듯한 늬앙스를 풍긴 것이다.

끝으로 보과과는 “당시 저는 당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며 “당신이 할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스스로 길을 개척했던 것처럼 저도 나만의 길을 만들고 싶었다”고 의미심장하게 언급했다. 보과과의 할아버지는 1980년대 덩샤오핑 시대 8대 원로 중 한 명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보이보(薄一波·1908~2007)다.
끝으로 “13년 동안 나는 배상을 받았고, 후련하고 통쾌하게 자아를 발휘했다”며 “오늘 드디어 아버지 그림자의 온기를 누릴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적었다. 13년은 2012년 시 주석이 집권한 뒤 보시라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의 시간을 뜻한다.

보시라이는 이듬해인 2013년 뇌물 수수, 횡령,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베이징 친청(秦城) 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과과의 어머니 구카이라이(谷開來·67)는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살인 사건에 연루돼 고의살인 혐의로 사형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
보과과는 지난 5월 11일 '어머니의 날'에는 X에 “어머니는 현대판 두아(竇娥, 시아버지 살해 누명을 쓰고 처형 당한 뒤 망령이 돼 누명을 벗은 원나라 희곡의 주인공)”라며 “진정한 영웅으로, 백성의 눈(眼)은 눈(雪)처럼 예리하다”며 무고를 주장했다.


지난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덩샤오핑 시대 이인자였던 천윈(陳雲·1905~1995) 전 부총리의 탄생 120주년 좌담회에 보시라이 친인척이 참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보시라이의 동생 보시청(薄熙成·74)이 8대 원로의 자제들 사이에 앉았다. 이날 좌담회에는 홍삼대의 대표격인 천윈의 손녀 천샤오단(陳曉丹·40)도 참석했다. 시 주석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33), 보과과와 함께 미국 하버드를 졸업한 천샤오단은 2010년경 보과과와 사귀기도 했다. 천샤오단은 지난 2018년 홍콩의 부호 2세와 결혼했고, 보과과는 지난해 대만의 유력가 2세와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