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폐렴 환자 160만명 추산…20대 이하가 절반 이상
#1. 30대 외국인 남성 A씨는 잦은 기침에도 감기인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숨이 차는 증상을 느껴 응급실을 찾았는데 병명은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상태는 심각했다. 양쪽 폐 대부분이 염증으로 하얗게 퍼진 것이다. 결국 중환자실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회복했다.
#2. 전날까지 골프치고 건강한 생활을 해온 50대 남성 B씨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짐을 느꼈다. 고열에 기침 가래도 심해 응급실을 찾았는데 폐렴이었다. 숨을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급기야 기도 삽관까지 했고, 2주가 지나서야 인공호흡기를 떼고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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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진 폐렴 환자가 매해 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세계일보가 11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에 요청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폐렴 진료인원’을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폐렴 환자는 80만6918명으로 이 중 20대 이하 환자가 43만4274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0세 미만이 32만4842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 8만6008명, 80대 이상이 8만4982명 등 순이었다. 폐렴은 대표적인 노인 합병증으로 알려져왔지만, 실제 젊은층 사이에서 전파가 뚜렷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폐렴은 폐의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가 원인이다. 병원균이 호흡기를 통해 몸 안에 들어간 뒤 폐의 작은 공기주머니(폐포)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세균성 폐렴이 대부분이지만, 독감 등 바이러스성 호흡기질환을 앓고 난 후 합병증으로 폐렴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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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동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 7일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을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에 폐렴을 비롯한 모든 감염병 발생이 줄었다. 그러나 이후 방역이 느슨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독감 등 감염병이 확산하고 있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폐렴 환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해 급증하고 있다. 2020년 67만1666명이던 폐렴 환자는 2023년 119만9272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6월 기준 80만6918명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 한 해 동안 160만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엔 5월부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크게 유행하면서 아이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폐렴이 부모에게 전파돼 상대적으로 젊은 층 발병 빈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독감 발생이 크게 는 것도 젊은층 폐렴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폐렴인줄 모르고 단순히 감기인 줄 알았다가 치료 시기를 늦춰 위중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폐렴의 대표적인 증상은 기침과 발열이지만 감기나 독감도 기침, 발열, 오한, 가래 등의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구별이 어렵다.
감기인줄 알고 참다가 갑자기 기침이 심해지고 숨이 차서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심하면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실제 통계청의 질환별 사망원인을 보면, 2023년 폐렴 사망자 수는 2만9422명으로 암(8만5271명)과 심장질환(3만3147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질환 사망자(2만4194명)를 웃도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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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수는 “젊은 층의 경우 폐렴 증상이 나타나도 괜찮을 것이란 생각을 하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제때에 치료했다면 항생제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데, 그걸 참다가 폐렴 범위가 넓어져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폐 부전, 그리고 병원균이 혈액까지 침투하는 패혈증 등의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감기나 독감과 비교해 폐렴은 발열 면에서 특이한 양상을 보인다고 조언한다. 38도 이상의 고열이 날 때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거나, 이틀 이상 열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폐렴을 의심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성 교수는 “지속적인 발열에 기침 증상, 걸을 때 숨이 차거나 답답한 증상이 동반되면 폐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폐렴은 겨울철뿐 아니라 사계절 유행이 가능한 질환인 만큼, 예방을 위해서는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감염 관리와 함께 매년 독감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성 교수는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나 젊은 층 중에서도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엔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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