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내부에서 KTX와 SRT의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후 “철도노조는 이번이야말로 고속철도 통합을 완성시킬 것”이라며 “내란 세력을 내몰고 사회 대개혁을 실현시키기로 한 광장 시민들과의 약속이며 공공철도를 강화해야 할 역사의 의무”라고 전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 직원 위주로 구성돼 있다.

철도노조가 언급한 고속철도 통합은 KTX와 SRT의 통합을 뜻한다. 국내 고속철도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와 SR이 운영하는 SRT로 양분돼 있다. 2000년대까지는 코레일이 국내 고속철도를 독점했지만 SRT가 2016년 정식 개통하면서 고속철도가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실제 정부는 고속철도 경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SRT를 출범시켰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013년 12월 “경쟁 도입이 철도 경영을 정상화하고 철도 산업의 발전을 여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동안 약속해온 것처럼 공영체제 내에서 건전한 경쟁구조를 형성해 나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쟁 제체라는 말이 무색하게 코레일과 SR의 실적은 차이가 크다. 코레일은 2023년 4415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도 6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SR은 2023년 영업이익 138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3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코레일 내부에서는 정부가 SRT에 지나친 특혜를 줬다고 주장한다. 이용객이 많은 소위 ‘알짜 노선’을 SRT에 몰아주고, 상대적으로 이용객이 적은 노선은 대부분 KTX가 담당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2023년 SR에 3590억 원 규모로 현물출자도 했다.
철도노조는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KTX-SRT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6월 철도의날 기자회견에서 “(KTX와 SRT를 통합하면) 매년 발생하는 수백억 원의 중복 비용을 없애고, 늘어난 운송 수입은 지금보다 저렴한 운임으로 더 많은 시민에게 혜택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의 철도는 상하 분리와 경쟁 체제로 인해 국가철도공단, 코레일, SR로 쪼개져 능동적인 정책 수행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다. 국가철도공단은 철도 인프라를 건설·관리하는 곳이다.
철도노조 내부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이재명 후보는 2022년 대선 당시 KTX와 SRT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KTX-SRT 통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코레일과 SR의 경쟁 체제로 인해서 연간 406억 원의 중복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용객과 운송 수 총량은 그대로인데 둘 다 공기업인 코레일과 SR이 제로섬 게임하는 게 무슨 경쟁체제이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KTX-SRT 통합을 검토하는 등 더불어민주당은 전반적으로 통합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KTX-SRT 통합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구상하는 철도 정책에 변화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KTX-SRT 통합과 관련해 특별히 언급한 것이 없다.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은 SRT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 윤석열 정부는 KTX-SRT 통합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TX-SRT 통합과 관련된 질문에 “현재로는 비교 경쟁에 따른 편익이 있다고 본다”며 “경쟁 체제를 건강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개혁신당은 지난해 2월 KTX-SRT 통합을 언급한 바 있다. 개혁신당은 당시 “실질적인 경쟁이 가능하도록 코레일과 SR을 통합하고, 신규 민간 사업자에게 저가형 고속철을 운영할 수 있는 면허를 발급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지지율은 한자리 수에 그쳐 대통령 당선이 쉽지 않다고 평가받는다.
철도노조는 연일 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코레일 역시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비즈한국은 코레일과 SR에 통합과 관련된 입장을 질의했지만 양 사 모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핫클릭]
·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 '먹사니즘' 경제 공약 뜯어보니…
· 차세대 발사체 사업 지연 불가피, 협력업체 "일감도 없는데 어떻게 버티나"
· [밸류업 기대주] 주주환원 우등생 메리츠금융, 주가 이어갈까
· 해킹 당한 SKT '유심 무상 교체' 발표했지만 "이미 물량 부족"
· "집도 분담금도 잃고 병만 얻었다" 노량진본동 지역주택사업 조합원의 호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