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신인 야마시타 미유(24)가 4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로열 포트콜 골프장에서 끝난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2언더파 70타, 합계 11언더파로 찰리 헐(영국)과 가츠 미나미(일본)를 2타 차로 제쳤다. 한 타 차 2위로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김아림은 2번 홀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오르기도 했으나 보기가 6개(버디 5) 나와 7언더파 공동 4위로 경기를 마쳤다.
2023년 초부터 이번 대회까지 공동주관 대회를 제외한 순수 LPGA에서 한국 선수들은 12승, 일본은 6승을 했다. 한국은 아직도 선수 수와 우승 수가 일본 보다 많다. 세계랭킹도 일본 선수들보다 높다.
그러나 메이저대회로 가면 양상은 달라진다. 일본의 6승 중 4승이 메이저 대회다. 한국은 같은 기간 메이저 우승은 한 번 뿐이다.
일본 선수가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메이저 대회에서는 일본 선수들의 성적이 한국 보다 좋았다. 한국 선수들이 유난히 강했던 US여자오픈에서 올해는 일본 선수들이 3라운드 중반까지 1~3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포함 공동 2위(가츠 미나미), 4위(다케다 리오)가 일본 선수다.

이제 일본 선수들이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선수들 보다 잘 하는 건 뉴노멀이 됐다. 왜 일본 여자골프는 메이저에서 강할까.
일본 선수들은 유달리 메이저에 대한 욕망이 강하다. 두 스타와 관계가 있다. 미야자토 아이는 LPGA 9승에, 세계랭킹 1등을 하고도 메이저 우승은 못했다. 미야자토를 보고 자란 ‘미야자토 키즈’는 그 한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싸움에 나가는 사무라이처럼 메이저 대회에 매우 진지하다.
2019년 42년 만에 LPGA 메이저에서 우승, 영웅이 된 시부노 하야코는 국가대표 등을 거치지 않았다. 시부노 키즈들은 “시부노가 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150㎝로 여자 골프 최단신 야마시타도 키 큰 선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메이저대회는 코스가 어렵고 일본 선수들은 이런 험지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골프장이 많은 일본의 주니어 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잔디에서 무료로 연습해 쇼트게임 등 기본기와 창의력이 좋다. 한국 선수들은 주로 매트에서 연습한다.

일본 여자 선수들이 골프 메이저리그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매년 같은 코스에서 열리는 일반 대회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기존 선수들이 유리하다. 그러나 매년 새로운 코스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에서는 신인급인 일본 선수들이 불리하지 않다.
일본 선수들은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브룩스 켑카(미국)처럼 큰 게임에 강하다. 그리고 그들은 서서히 LPGA 투어에 적응하고 있어 일반 대회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골프위크는 “여자 골프에서 일본의 활약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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