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불황 타개를 위해 과감한 혁신 인사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CEO를 교체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조직 슬림화를 통해 선택적이고 빠른 결정이 가능하게 조직을 만들고 있다.
10대 건설사부터 '24년 임원인사 및 조직 개편에서 수장을 교체하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
우선 건설맏형 현대건설이 CEO를 교체했다. 윤영준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이한우 부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도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세웠다.
건설업 불황에 따른 위기 극복 및 근본적 체질 개선 가속화를 위함이라는 게 현대차그룹 측 설명이다.
특히 주우정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그룹 내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회복, 이후 상장을 위한 재무 및 기업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임원 인사를 진행한 DL이앤씨도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지난 8월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전 LG전자 출신을 계속 영업했으나, 건설 불황에 다시 업계 전문가를 앞세운 것이다.
대우건설은 오너 체제로 전환했다. '인수 후 3년 내 내부 CEO 발탁' 약속 기간이 끝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흥그룹의 사위인 김보현 총괄부사장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게 됐다. 업계에서는 오너가의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내비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GS건설도 오너가가 다시 지휘봉을 잡으면서 책임경영 의지를 밝혔다. 허윤홍 신사업부문 사장이 지난 3월 CEO로 승격되며 정면에 나섰다. 인천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 사고의 책임을 통감하고 오너가가 직접 회사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내비치며 신뢰 회복에 나서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월 포스코이앤씨는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을 대표이사로 교체한 바 있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 5월 김형근 대표이사 사장을 내정하면서, 에너지사업 확장과 현재 추진 중인 IPO 진행에 박차를 가했다.
10대 건설사 중 현재 사장이 교체되지 않은 곳은 롯데건설과 아직 인사가 진행되지 않은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 정도다. 삼성물산 오세철 사장은 연임이 유력한 상태로 알려졌다. 보통 인사 전 퇴임 통보가 진행되는데 아직까지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임원인사는 4일로 예정됐다.
중견건설사들도 올해 대거 수장 교체를 진행한 바 있다. PF부실에 따라 태영건설이 CEO를 교체했고 진흥기업, KCC건설, 신세계건설, BS산업 등이 CEO 교체를 단행했다.
CEO를 교체하며 조직은 대폭 슬림화시켰다. GS건설은 기존 102개의 그룹과 담당으로 이뤄진 '본부-그룹-담당-팀' 4단계의 조직구조를 '본부-부문-팀' 3단계로 단순화했다.
대우건설은 기존 7본부 3단 4실 83팀을 5본부 4단 5실 79팀으로 축소했다. 이외에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이 임원 단축을 진행한 바 있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그간 업계 불황에 '안정' 인사를 택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보통 시장이 좋지 않을 때에는 큰 폭의 인사를 진행하지 않고 내부 결속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분위기도 가라앉음에 따라 현시점을 '위기'로 보고 대응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앞으로 무리한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곳간과 이익을 챙기면서 내실 챙기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부채비율을 최대한 줄이는 등 재무 안정성에 비중을 두고 회사를 운영할 것이란 전망이 짙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언제보다도 훨씬 안 좋은 상황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만큼 건설 분위기기 좋지 않다"며 "오너가들도 새로운 활로와 분위기 개선을 위해 CEO들을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직슬림화는 빠른 의사결정 등의 부분도 있고 판관비 감소 효과 등도 기대할 수 있어 업계 추세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