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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웅이 필요 없다고 했지. 성리(승리)가 우선이라고 했지. 성리(승리)했을 때 영웅이 나타나.”
남자프로농구 창원 LG의 강을준 감독이 2011년 작전타임 당시 선수들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밀양 출신인 강 감독의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 “승리”가 “성리”로 들렸다. 당신이 영어가 능통한 통역이라면 외국인 선수들에게 이 말을 어떻게 전달할까.
LG 통역이었던 변영재(46)씨를 최근 대구체육관에서 만나 당시 상황을 물었다. 그는 현재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 통역 겸 국제업무 팀장을 맡고 있다.
“‘We do not need a superstar here(우리는 지금 수퍼스타가 필요하지 않아)’. 이렇게 전달했어요. ‘don’t’ 대신 ‘do not’을 써서 강조의 뜻을 더했죠.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개인 플레이를 자제하라고 주문한 거였어요. 평소에는 의역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땐 감독님의 뜻을 100% 전달하기 위해 직역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죠.”

국내 프로농구에서 가장 유명한 ‘짤’인 “신명호는 놔두라고!”가 나온 현장에도 변 팀장이 있었다. 2014년 당시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은 작전타임 때 선수들을 호되게 질책하며 “신명호는 놔두라고! 40분 내내 얘기했는데 안 들어먹으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라고 외쳤다. 평소 슛이 부정확한 KCC 신명호를 거르는 대신 상대 팀 다른 선수를 막으라고 소리친 거다.
변 팀장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Let No.17 shoot(등번호 17번 신명호에게는 슛을 줘). No matter what you just don’t guard him’이라고 말했을 거다. ‘No matter what’은 무슨 일이 생겨도 내버려두라는 강한 표현이다. 신명호 선수를 막다가 다른 선수에게 오픈 찬스를 주면 절대 안 된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통역은 작전타임 2분 안에 감독의 의도를 외국인 선수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중책이다. 1990년대 말 한국 프로스포츠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돼 통역이 생겼다. 변 팀장은 2010년 창원 LG를 시작으로 15년 동안 통역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 수퍼스타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방한한 2017년 행사도 변 팀장이 통역을 맡았다. 행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코트에 멀뚱멀뚱 서 있던 커리가 변 팀장에게 “내가 1분, 1초에 얼마를 버는지 아느냐”고 농담을 했다고 한다. 직업으로 통역을 꿈꾸는 이들이 궁금할 점들을 변 팀장에게 물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