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군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칼날을 뽑을 태세다. 전 세계 각지의 전투사령부를 통합하거나 합동군 훈련과 교육 부서 폐지하고, 주일미군 전력 확대를 중단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19일(현지시간) CNN이 입수한 미 국방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미 유럽사령부와 아프리카사령부를 유럽사령부 본부가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통합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 본토와 캐나다·멕시코를 담당하는 북부사령부와 중남미 지역을 맡는 남부사령부 역시 아메리카사령부로 묶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현재 미군은 전 세계를 6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 통합전투사령부를 운영 중이다. 통합 대상에서 제외된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중부사령부는 각각 아시아와 중동을 관할한다.
CNN은 해당 문건과 관련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기관에 광범위한 예산 삭감을 촉구하면서 국방부 내에서 이번달에 작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군의 연간 예산은 8000억 달러(1116조원)가 넘는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전투사령부 통합으로 5년간 3억3000만 달러(4800억원)를 아낄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전투사령부를 통합하면 사령관의 작전과 지휘 범위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주일미군 전력 확대를 중단할 경우 병력 증원과 지휘통제 개량 포기에 따라 11억 달러(1조6000억원)의 예산 감축 효과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 방안을 택할 경우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뒤집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보고서도 “미·일 양국의 정치적 위험을 초래하고, 태평양 지역에 대한 지휘통제 범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한미군이 트럼프발 예산 삭감 대상이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CNN은 주한미군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전문가 사이에선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방위비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한·미 간 통상 분야의 압박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한미군 감축의 명분이 안 되도록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에 기여하는 안보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며 “같은 압박을 받는 일본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BC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이래 75년간 미 4성 장군이 겸임하던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SACEUR)을 미군이 맡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예비역 해군 대장은 NBC에 “동맹에서 발을 빼는 중대한 신호로 보일 것”이라며 “엄청난 정치적 실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