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합당한 대가 지불 없는 '정밀 지도 반출 허용' 요구

2025-03-20

18년째 반복되는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요청" 논란

국민 세금으로 제작한 정밀 지도, 해외 기업에 무상 제공하는 꼴

구글, 미국 정부를 등에 없고 투자는 외면

[디지털포스트(PC사랑)=데이브]

구글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월 18일,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2016년 이후 9년 만의 요청이며, 2007년부터 한국 정부에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해왔고 이번이 세 번째이다.

18년째 반복되는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요청"

​구글은 외국계 IT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에 정밀 지도 데이터 개방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안보상의 이유로 이를 거절해왔다. 남북 분단 상황 등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골목길까지 상세히 볼 수 있는 5000분의 1 축적 정밀 지도를 해외로 반출하면 심각한 보안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5000분의 1 축척 지도는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제작한 지도이다.

​반면, 구글은 공산국가와 독재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구글 맵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 맵을 이용할 수 없는 국가는 중국, 북한, 이스라엘 등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은 맞지만, 한국은 여전히 정전 상태인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 국내에 서버를 두고 데이터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

하지만 우리 정부는 단호한 입장만을 고수한 것은 아니다. 2010년, 국토해양부 장관은 구글에게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면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두면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지 않고도 한국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구글은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4년에도 정부가 또 한 번 양보의 제스처를 보였다. 기존의 국토부 대신 ‘지도 국외반출 협의체’룰 구성해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신청을 심사하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이는 구글에 대해 문턱을 낮춘 셈이 되었다.

​정부는 2016년 당시에도 구글에 보안 시설에 대해 가림처리하거나 국내에 서버를 두고 데이터를 활용하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구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글, 정부가 요구하는 가림 처리는 수용 의사 밝혀

구글은 정밀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더라도 유럽 등 해외 서버에 안전하게 다중 분산 저장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보안 시설 가림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가림 처리로 보안 시설의 좌표를 제공하는 것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구글은 그동안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논란이 일으키고 있다. 이는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비즈니스 권리만을 주장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관광객 편의를 위해 반드시 고정밀 지도가 필요?

구글은 국내에서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에 축척 1대 2만 5000의 지도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 축척의 지도 데이터는 정부 허가 없이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정밀한 수치의 지도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하려면 이 데이터만으로도 충분히 길 찾기 정보 등 필요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투자나 서비스 개선에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한편,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정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불허 규제가 네이버·카카오·티맵 등을 비롯한 국내 지도 서비스 기업들의 시장 독점을 지켜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해 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국민 세금으로 제작한 정밀 지도, 해외 기업에 무상 제공하는 꼴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서 국민 세금으로 만든 고품질의 지도를 무상으로 활용하여 자율주행, 물류, 스마트시티 등 국내외에서 신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구글이 정밀 지도를 확보해 신서비스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중소 GIS 업체들은 기술 격차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정밀 지도 반출 허용 시 관광 수입이 약 33조 원 증가?

정부가 구글에 정밀 지도 반출을 허용할 경우, 2027년까지 관광 수입이 약 226억 달러(약 33조 원) 증가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구글 지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한국 지도 데이터가 더 정확해지면 더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에 불과하다.

단순히 정밀 지도 개방이 33조 원 규모의 관광 수익 창출이나 관광 활성화로 직결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구글맵 길찾기 기능이 없다고 해서 한국에 올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동안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정부 규제의 피해 규모를 주장하는 연구 결과는 많지만, 대부분은 막연한 추정에 불과하며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 연구는 드물다.

구글, 미국 정부를 등에 없고 투자는 외면

미국 정부가 통상 압박의 일환으로 지도 데이터 반출을 강력히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구글이 국내 투자와 세금 회피 논란을 외면한 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고정밀 지도 데이터만 반출하려는 시도는 매우 안타깝다.

​구글이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두지 않는 이유는 세금 문제 때문이다. 서버 운영이 고정 사업장을 의미하므로, 구글은 한국 내에서 서버 운영을 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전 세계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우리의 세금으로 제작된 우수한 고정밀 지도를 대가 없이 활용하려는 것은 문제이다. 무엇보다 정밀 지도 관리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전자 정밀 지도의 경우에도 반출 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근데 미국법으로 이스라엘의 위성 사진을 상업용으로 사용할 경우 처벌받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토지리정보원은 내부 심의위원회를 거쳐 곧 안건을 협의체에 상정할 계획이다. 심의 과정은 최대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정밀 지도 반출 허용 여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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