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과학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임기 때처럼 과학계 연구 예산을 삭감하고, 자신의 공약에 어긋나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 학자들에게 보복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지구물리학연합(AGU) 연례 학술대회에 참가한 과학자들 3만여명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는 트럼프 당선인이었다. 예정된 발표 외에 연구자들이 나눈 대화는 대부분 트럼프 당선인 복귀에 관한 내용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구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집권하면 연구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기후위기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국립과학재단(NSF), 국립해양대기청(NOAA),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주요 연구 기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또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 확대에 반대한 과학자들을 연구 프로젝트에서 배제했으며, 정부가 주관하는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에게는 결과를 조작하라고 강제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차기 AGU 회장인 벤 자잇치크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이 확정된 후 과학자들이 “직업과 생계, 과학 분야 전반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으로 인터뷰한 NOAA 소속 과학자는 “우리는 모두 등 뒤에 표적을 달고 있다고 느낀다”며 다수 직원들이 이미 기후위기 관련 용어를 ‘대기 질’로 순화하는 등 정부 공격을 피하려는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과학 분야 자체가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위기뿐 아니라 각종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폄하했다. 2017년에는 99년 만의 개기일식을 앞두고 ‘눈을 다칠 수 있으니 맨눈으로 태양을 보면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실눈을 뜨고 태양을 쳐다봐 논란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살균제를 인체에 주입해 “바이러스를 1분 안에 박멸할 수 있다”고 말해 과학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번에도 그의 태도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과학계는 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보건복지부 장관에 백신 거부 운동에 앞장서 온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지명한 일이 ‘과학 부정’ 행보를 예고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런 행보가 대중들의 과학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지난달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과학자들에 대한 신뢰가 10% 추락한 가운데 지지 정당별로 신뢰 수준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자 88%가 과학자들을 신뢰한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66%만이 신뢰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