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형사과장의 ‘크라임 노트’
제10화. 옥탑방의 침입자
고요한 밤을 가른 비명,
11월의 메마른 바람이 골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떨어진 낙엽들이 허공에 부유하며, 예고되지 않은 불길함을 나지막이 속삭이는 고요한 밤이었다.
그리고 그 고요를 단숨에 깨뜨린 건 한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이었다.
그날 밤, 한 여인이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경찰서를 찾았다.
필리핀에서 건너온 서른아홉 살의 여성, 안젤리카(가명). 한국의 한 가정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살아가던, 지극히 평범한 이주민이었다. 서툰 한국어를 구사했지만 그날 밤만큼은, 어떠한 언어로도 그녀의 공포를 다 담아내지 못했다.
조심스레 꺼낸 말끝은 파르르 떨렸다. 창백하게 굳은 얼굴과 절박함을 머금은 눈빛, 그리고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붕대 감은 손이 그녀의 두려움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의 집은 언덕 위 3층 건물 옥탑방,
도심의 불빛이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작은 공간이었다.
허름하고 초라했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그녀만의 소중한 안식처였다.
그러나 그 작은 성소가, 그날 밤 산산이 부서졌다.
침입자의 뒤틀린 욕망,
퇴근 후 장을 보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고개를 든 순간, 그녀의 집으로 이어진 2층 철제 계단을 내려오는 낯선 젊은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섬뜩한 불길함이 전신을 휘감았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