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통신사업자에만 주어졌던 보편적 역무 의무를 부가통신사업자도 분담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가운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통상마찰 우려를 제기했다. 달라진 통신 환경 변화를 반영해 구글, 넷플릭스 등 빅테크도 디지털 복지 기금 재원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자칫 한·미간 통상법 위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일 국회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암참은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이번 개정안은 디지털복지기금 신설을 골자로 한다. 취약계층의 전기통신서비스 접근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설치하고 부가통신사도 재원을 분담하도록 했다.
이는 달라진 통신 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사업자 간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현행법은 통신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간통신사에만 보편적 역무를 부과한다. 취약계층 요금 감면과 손실보전금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전화·인터넷으로 한정돼 있어 데이터 중심의 통신서비스 이용 행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디지털복지기금을 조성해 요금을 넘어 콘텐츠·플랫폼 이용료까지 지원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암참은 부가통신사에게 분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암참은 국회에 제출한 검토의견서에서 “사업 규모가 크거나 트래픽 양이 많다는 이유로 부가통신역무에 보편적 역무로서의 속성이 생겨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디지털 이용권 분담금 납부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포함된다 하더라도 실제 서비스 내용과 공적 성격 등을 고려해 매우 제한적으로만 포함시켜야 하며 통상법 위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부담금 부과 대상에 미국 빅테크가 포함될 경우 사실상 차별로 간주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저촉될 수 있고, 미국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조사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도 부가통신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보편적 역무 성격의 분담금 의무 부과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신중한 분위기다.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 대한 취약계층 지원 취지는 공감하지만 재원 부담주체와 기준, 방식에 대해서는 면밀한 사전 검토와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올 상반기 보편적 역무 제도 개선 필요성 검토를 위한 정책연구에 돌입한다. 달라진 통신 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사업자 간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20년 이상 지속된 보편 역무 제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현행 통신환경에 적합한 체계로 재정립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