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기관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이 처음으로 구체화됐다. 1962년 제정 이후 60여 년간 실효성 논란이 이어져 온 간호사 배치 기준이 환자 중증도와 병동 특성을 반영한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전면 재설계되면서 의료 현장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3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기관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 마련 토론회'를 열고 간협 병원급 의료기관 간호사 배치기준 마련 TF 위원인 조성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가 마련한 '의료기관 간호사 최소 배치기준'을 공식 발표했다.

발표된 TF안에 따르면 2028년까지 간호 인력 1만여명이 더 필요하다.
이번 TF안의 핵심은 간호사 배치 기준을 기존의 '권고 기준'이 아닌 모든 의료기관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 하한선'으로 명확히 규정한 데 있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은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통해 간호사 확보 수준에 따라 입원료를 가산·감산하고 있으나 최저 등급에도 최소 기준이 없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입원료 청구가 가능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조성현 교수는 "현행 제도는 간호사와 환자 모두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며 "환자가 지불하는 입원료와 실제 제공되는 간호 수준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인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F안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성인 일반병동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2027년 8.4명, 2028년 7.2명으로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된다.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등은 병동 특성과 환자 중증도를 반영해 기준을 세분화했으며 특히 응급실은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 단계별로 최소 배치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또한 TF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병동의 특성을 반영해 '배치상수 4.8'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환자 곁에 간호사 1명이 24시간 상주하기 위해 실제로 최소 4.8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휴무와 3교대 근무를 고려한 현실적인 산출 방식이다.
TF는 간호사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 이 배치상수를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인력의 양적 확대만으로는 간호사의 소진과 이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최소 배치기준의 법제화와 함께 간호관리료 제도 개선, 지역 간 임금 격차 해소가 패키지로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간협 병원급 의료기관 간호사 배치기준 마련 TF 위원장인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진행된 지정토론에서 강미영 대림성모병원 간호본부장은 "간호사 대 환자 비율과 환자 치료 결과 간에는 유의미한 긍정적 상관관계가 이미 다수 연구로 입증됐다"며 "재원 일수와 병원 감염, 중환자실 입원 및 사망률은 감소하고 환자 만족도는 증가하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공개는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기관 선택권 보장을 위한 기본 정보"라고 강조했다.
김민건 부천고려수재활요양병원 간호사는 "간호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실제 간호사가 있는 것이 상식이자 법적 의무가 돼야 한다"며 "간호사 정원을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한 현행 비율 개념을 바로잡고 직종 간 과도한 업무 부담과 법적 모호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희 이화여대 간호대학 교수는 해외 사례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 퀸즐랜드에서 간호사 최소 배치 기준 도입 이후 환자 사망률 감소, 의료 질 향상, 간호사 직무 만족도 증가가 확인됐다"며 "국내 연구에서도 환자 사망률 감소와 입원 기간 단축, 미완료 간호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결과 기반 인센티브 제도 도입과 급성기 병상 구조 재편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유미화 GCN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는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단순한 숫자 채우기가 아닌 질적 평가와 모니터링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수도권과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취약지 간호사 인력 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며 "정책이 현장에서 겉돌지 않도록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자문위원은 "간호등급과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의료기관이 직접 신고하고 공개해야 한다"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산출·신고 방식을 일별 기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요양병원과 중소병원의 간호사 배치 기준은 의료의 질과 간호사 처우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간호법 제29조에 명시된 정책 수립 의무를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책임 있는 검토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calebca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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