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등 트럼프와 정상회담 추진…한국은 탄핵 정국에 기약 없어
현대차그룹 등 개별 기업 '트럼프 줄 대기' 나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그의 측근들, 차기 정부 실세에 줄을 대는 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옆 동네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찌감치 트럼프 당선인과의 미팅 날짜를 선점하는 모습이다. 일본 매체들은 이시바 총리가 내달 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달 8~9일 주말이나 그 전후쯤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일정도 언급된다.
‘트럼프 줄 대기’가 중요한 건, 그가 국제무역질서를 뒤집어 놓으려는 역대급 빌런이기 때문이다. 이건 비방이 아니라 본인이 선거 공약을 통해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기존 무역질서를 무시하고 모든 나라에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물룬, 중국, 멕시코 등 특정국에 무차별적으로 추가적인 관세폭탄을 안기겠다는 공약까지 줄줄이 내걸었다.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도 보조금 등 ‘당근’을 주는 대신 ‘채찍’을 휘두르겠다고 했다. 당근을 믿고 투자한 기업들에게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일이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은 각국 기업들과 관련됐다. 자국 기업들이 대미 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정부가 ‘우산’ 역할을 해줘야 하기에 취임 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주력 산업들이 모두 ‘트럼프 스톰’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가장 바빠야 할 게 대한민국 정부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우리 정부는 제 기능을 할 형편이 안 된다. 특히 정상외교와 관련해서는 무정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한의 범위도 명확치 않고 언제 자리에서 내려올지 모르는 부총리급 대통령 권한대행을 초강대국 대통령이 만나줄 이유가 없다.
하필 이 타이밍에 비상계엄 선포라는 터무니없는 사고를 쳐 직무가 정지된 채 고액 연봉만 받아먹고 있는 대통령은 ‘탄핵의 기로’의 놓여 있을 뿐 아니라 ‘체포의 굴욕’까지 겪을 처지다. 설령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인용하지 않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더라도 이미지가 너덜너덜해진 대통령에게 국제무대에서 제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다.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은 당대표의 범죄 혐의를 대충 뭉개고 조기 대선으로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고, 여당은 그걸 막기 위해 현 국면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럼프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 데 혼란 국면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개별 기업이 직접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일 열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을 기부하는 한편,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 상황이었으면 대통령이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하면서 경제사절단으로 기업인들을 대동해 자연스런 만남이 이뤄졌겠지만, 그게 안 되니 스스로 나선 것이다.
이런 식의 개별 회동은 다른 기업들에서도 잇달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 하니 기업들이 ‘각자도생’의 상황으로 내몰린 셈이다.
정부가 빠진 개별 기업들의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진 미지수다. 외교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기본인데, 개별 기업은 ‘기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난장판이 정상화되길 하릴없이 기다리기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바람직해 보인다. 다들 제정신이기 힘든 시국에 기업인들이라도 제정신이라 다행이고, 제정신인 게 기업인들뿐이라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