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챔피언 허송세월’…아르헨티나, 엉망 행정 속 ‘무의미한 평가전’ 일관

2025-10-19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상업적 투어에 가까운 ‘흥행 이벤트’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 17일 “월드컵을 9개월 앞두고 아르헨티나가 ‘스포츠 준비’보다 ‘마케팅 일정’을 우선시했다”며 “10월 A매치 기간은 월드챔피언으로서 가장 부적절한 시간 낭비였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A매치 기간 동안 베네수엘라(FIFA 랭킹 54위)와 푸에르토리코(155위)를 상대로 잇따라 평가전을 치렀다. 두 경기 모두 남미 강호가 월드컵 대비용으로 삼기에는 전력 차가 너무 큰 ‘비경쟁적 매치’에 가까웠다. 베네수엘라전은 지난 10일 마이애미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렸으며, 아르헨티나는 전력의 절반만 가동된 상대를 1-0으로 꺾었다. 이어 13일에는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 6-0 완승을 거뒀지만, 전술적 성과보다는 훈련 수준의 경기에 그쳤다는 혹평을 받았다.

더구나 두 경기 모두 관중석은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6만5000석 규모의 하드록 스타디움에는 2만 명가량만 입장했고, 인터 마이애미 홈구장 체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전도 매진은커녕 현장 티켓이 남았다. 당초 푸에르토리코전은 13일 시카고 솔저 필드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불과 사흘 전 돌연 취소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시카고 지역 이민자 시위 확산이었지만, 실제로는 “티켓 판매 부진 때문이었다”고 시카고공원관리국 관계자 루카 세라가 AP통신을 통해 밝혔다. 결국 경기는 하루 미뤄져 마이애미 인근 포트로더데일로 옮겨 열렸고, 디애슬레틱은 이를 두고 “메시와 아르헨티나라도 ‘흥행 보증수표’는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이번 미국 투어를 주관한 곳은 마이애미 기반 VMG 스포츠&엔터테인먼트였다. VMG는 축구 평가전 운영 경험이 거의 없는 콘서트·공연 전문 프로모션 회사로, 아르헨티나축구협회와 새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음악과 축구를 결합한 새로운 이벤트”를 표방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전 전반이 끝난 뒤 하프타임에는 레게톤 공연이 열렸다. VMG CEO 하비에르 페르난데스는 아르헨티나 언론 올레와의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축구협회와의 협력은 앞으로 음악과 축구가 결합된 축제로 발전할 것”이라며 “하프타임 쇼와 경기를 병행하는 엔터테인먼트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2017년부터 북미와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 확장을 추진해왔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 이후 미국 내 인기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2024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애틀랜타·뉴저지·휴스턴·마이애미 전 경기를 매진시켰다. 이에 협회는 마이애미 인근에 자체 트레이닝센터 건설을 추진하며 미국 내 상설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스폰서십 부문에서도 지난해 기준 21개국, 64개 기업과 계약을 체결해 브라질축구협회(40개), 스페인축구협회(45개)를 모두 앞질렀다. 디애슬레틱은 “메시의 은퇴 이전에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상업적 욕심이 오히려 대표팀의 경기력 준비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협회는 오는 11월 A매치 기간에 아프리카의 앙골라와 인도 원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앙골라는 이미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했고, 인도전은 파트너 교섭 문제로 취소된 상태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메시의 참가 여부도 불투명하다. 디애슬레틱은 “이 같은 행보는 2010년대 초 브라질이 상업 투어 형태로 세계를 돈 ‘글로벌 투어’를 연상시킨다”며 “아르헨티나가 ‘브랜드 투어’를 하느라 정작 전술적 실험과 체력 점검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협회 클라우디오 타피아 회장은 “내년 6월 미국에서 열릴 멕시코·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이 월드컵 전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애슬레틱은 “지금의 준비 방식이라면 ‘월드챔피언의 방패’는 금세 녹슬 것”이라며 “아르헨티나가 ‘메시 시대의 마지막 불꽃’을 수익화하려는 상업적 접근에 매몰되면서, ‘경기력 강화’라는 가장 기본적인 목표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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