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리아 한 남자는 평생 단 한 가지 꿈을 좇았다. 자기 이름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바꾸는 것이었다. 불가리아 스비슈토프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맨유 광팬 마린 즈드라브코프 레비조프는 지난 13일 사망했다. 향년 62세. 그는 이름까지 구단 이름으로 바꾸려 한 진정한 의미의 ‘레드 데빌’이었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이 19일 보도했다.
1999년 5월 26일 바르셀로나 캄프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에 두 골을 넣으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그날 당시 36세인 레비조프는 바로 직전 텔레비전 앞에서 이렇게 다짐했다.“맨유가 이기면, 내 이름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바꿀 거야.”
공산주의가 막 끝난 불가리아에서 ‘자본주의 축구 클럽 이름’을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변호사를 찾아간 그는 수년간 법정에서 싸웠다. 가디언은 “처음엔 ‘상표권 침해’ 이유로 거절됐다”며 “법원은 ‘맨체스터’까지만 허용했지만, 그는 거부했다”고 전했다. 레비조프는 당시 “나는 도시 이름이 아니라 클럽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법적 이름은 바꾸지 못했지만, 신분증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별칭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집 마당에는 고양이 수십 마리가 살았다. 그들은 모두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이름을 달고 있었다. 리오, 루니, 긱스, 스콜스… 그리고 가장 아긴 고양이는 ‘베컴’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맨유(Man U)”라고 불렀고, 그는 자신의 마당을 맨유 홈구장 이름처럼 “올드 트래퍼드 정원”이라 불렀다.

그의 사연은 국제적으로 화제가 됐고, 2011년에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감독들은 그를 맨체스터로 데려가 실제 올드 트래퍼드 방문의 꿈을 이뤄줬다. 불가리아 출신 맨유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만났을 때, 그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기업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을 상표로 함께 쓰자는 제안을 했지만 그는 모두 거절했다. 그는 그때 “내가 사랑하는 이름으로 돈을 벌 순 없다. 그건 신성한 이름”이라고 말했다.
2014년, 그는 법원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자신의 이마에 맨유 엠블럼을 문신으로 새겼다. 주변에서는 그를 미쳤다고 했지만, 그는 평온했다. 개명을 시도한 지 15년만에 거둔 작은 결실이었다. 그는 “이제 세상은 나를 진짜 이름으로 기억할 것”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어머니를 코로나19로 잃었고 일자리도 줄어들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정교회에서 새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즈드라브코프 레비조프’였다. 그는 미소 지으며 “이제 하나님은 나를 진짜 이름으로 부르실 것”이라고 말했다.
맨유와 함께 뛰어온 그의 심장은 지난 13일 조용히 멈췄다. 가디언은 “스비슈토프의 주민들은 그를 ‘마을의 유나이티드’라 불렀고 그의 고양이들, 벽에 걸린 붉은 스카프들이 그를 대신해 남아 있다”며 “그의 이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고 삶도, 사랑도, 신앙도 오직 맨유였다. 이제 그가 그토록 원한 클럽 이름 아래 영원한 평화를 얻었다”고 전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친구들에게 이렇게 전해졌다.
“내가 죽더라도, 맨유는 내 안에서 영원히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