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가 안긴 안도安堵’
2층 서재書齋의 밝은 창가에
날씨를 읽어주는 대독자代讀者처럼
긴 세월 터 잡아 살아오고 있는
싱그러운 서황금과 군자란
밤새 안녕이라는 인사말의 의미를
방증이라도 하는 양
제일 아래쪽 시든 줄기와 이파리로
근 30년 동안 함께 살아온
제 나이들을 노랗게 읽어주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시듦을 말끔히 잘라내며
‘얼마나 다행인가?
오래된 줄기와 이파리이기 망정이지
젊은 쪽이나 새 순쪽이면 어쩔 뻔 했어’
제 나이를 망각한 채
온전히 남의 편이 된 자신
대자연의 순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안도安堵를 내쉬고 있었다
김계식 시인의 ‘담쟁이 덩굴의 꿈’에서
김계식 <시인, 전북문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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