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의 테크읽기] IAA 2025, 독일 3사 기술력에 숨겨진 유럽 자동차 생태계 고민

2025-09-18

2023년 독일모터쇼 'IAA 2023'에서 독일 완성차 3사는 차세대 전기차·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SDV) 상용화를 위한 야심찬 전략을 발표했다. 당시에 넘어야할 목표는 테슬라였다. 독일 3사는 테슬라를 넘는 전기차·자율주행·SDV 차량을 벤츠는 2024년, BMW는 2025년, 폭스바겐은 2026년에 내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IAA 2023에서는 중국 BYD 가격경쟁력도 이슈가 되었다.

IAA 2025까지 2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시장은 급변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유럽과 중국의 거리는 멀어졌다. '독·중 디커플링'이 심화되면서 유럽에서 중국 통신 장비·스마트폰·자동차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고 중국은 자국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토종 자동차 점유율을 높였다. 이에 따라 독일 3사 중국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 전기차의 빠른 성장은 유럽 완성차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은 중국 전기차 견제를 위해 지난해 10월 중국 전기차 관세를 최고 45.3%로 확정했다.

중국 전기사 공세와 미국 이슈가 더해지면서 독일 3사의 생존 전략도 바뀌고 있다. 올해 2분기 독일 3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벤츠 -50.9%, BMW -31.4%, 폭스바겐 -29.4%를 기록했다. 폭스바겐의 위기, 벤츠 4만명 해고 등 여러 상황 속에서 BMW 정도만 상대적으로 잘 버틴다는 분석도 나온다.

IAA 2025에서 독일 3사는 대대적으로 기술력과 신차를 홍보했다. 독일 3사의 기존 시장에 대한 반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벤츠의 고급차 강화와 폭스바겐 중저가 차량 확대 전략도 명확하게 대비된다. 벤츠는 최근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 고급차 강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IAA 2025에서도 'AMG GT XX' 와 'GLC EQ' 시리즈 전시로 고급 전기차 전략을 강조했다. 300Wh/㎏(셀기준)의 고성능 실리콘 배터리와 3개의 축방향 자속 모터(AFM)를 적용한 AMG GT XX는 내년 상용화 예정이다. 벤츠의 GLC EQ는 베스트 셀링 모델 GLC의 전기차 모델이다. 벤츠는 팩토리얼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한 차량도 홍보했다.

반면 폭스바겐은 다양한 브랜드 중저가 전기차 전략을 선보였다. 폭스바겐 ID.크로스·ID.폴로 등과 함께 그룹 산하 체코 스코다 에픽·스페인 쿠프라 라발 등에 공통 플랫폼을 적용한다.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나라별 브랜드를 통해 판매량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또, 퀀텀 스케이프·고션 등과 전고체 배터리 협력도 강조했다.

BMW는 당초 올해 노이에 클라쎄 플랫폼 상용화를 발표했다. BMW 'iX3'에 노이에 클라쎄 전기차 플랫폼, 파노라믹 비전 등 디스플레이 기술과 SDV 플랫폼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X를 적용했다.

다만 자율주행 기술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라이다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늦어지고 대신 퀄컴과 관련 회사와 협력해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IAA 2025에서는 중국 BYD·립모터·샤오펑·장안·둥펑 등 중국 완성차의 대대적인 전시도 이어졌다. BYD는 유럽 공장 설립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판매 강화를 통해 관세를 우회, 립모터는 스텔란티스 협력을 통해 유럽 판매를 늘릴 예정이다.

독일 3사 전시가 강화됐지만 유럽 부품사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독일 3사는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 중국 판매 차량부터 중국 부품 사용을 늘리고 있다. 중국 부품사도 해외 완성차에 대해 1차적으로 중국 판매 차량에, 2차적으로 해외 판매 차량에도 장착하는 걸 목표로 한다. 자칫 브랜드만 남고 내부는 중국 부품으로 채워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 IAA 2025 한 유럽 부품사 발표에서 중국 회사와 협력 이유를 묻는 다소 날선 청중 질문도 있었다. 유럽 부품 생태계에 대한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중국 완성차에 이어 중국 부품사의 유럽 진출과 유럽 완성차와 부품사 등 관련 회사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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