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스타트업열전] IAA 모빌리티 2025 결산 '독일의 귀환 중국의 역습'

2025-09-17

[비즈한국] 독일이 IAA에 거는 기대가 이번만큼 컸던 적이 드물다. 전기차 전환에서 중국의 파고가 거세지고, 독일 제조업 전반의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권 교체 후 대형 모빌리티 쇼인 IAA Mobility 2025가 처음 열리는 만큼 이 행사에 거는 독일 내의 기대가 매우 컸다.

독일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자동차 업계는 이번 IAA 2025를 통해 자신감 회복을 보여줘야 했다. 주최 측 발표에 따르면 올해 IAA는 37개국 748개 업체가 참가했고, 해외 업체 비중이 57%를 차지할 만큼 국제적인 행사였다. 특히 독일(약 322개, 약 43%), 중국(116개, 15.5%), 한국(58개, 7.8%), 미국·이탈리아·오스트리아(각 24개, 3.2%) 순으로 참여도가 높았다. 세계적인 모빌리티 강국 사이에서 한국의 존재감도 두드러졌다. 이번 IAA는 세계 최초 공개이거나 신기술이 350건 이상에 이르는 성과를 보였다.

개막식에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 주총리, 디터 라이터 뮌헨 시장이 나란히 섰다. 메르츠는 “IAA 2025가 독일과 세계 자동차·부품 산업의 혁신 역량을 한눈에 보여줄 것이고, 독일은 앞으로도 ‘자동차 국가 1위’ 지위를 지킬 최적의 생태계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터 시장 역시 “IAA는 지속가능하고 지능적인 미래 모빌리티로 가는 강력한 신호”라고 치켜세웠다.

메르츠는 연설에서 “독일은 변화의 추격자가 아니라 설계자여야 한다”며 규제 완화·투자 확대와 함께 업계·정부 합동 자동차 서밋을 IAA 이후 4~6주 내 열겠다고 공언했다. 경제 역풍 속에서도 리더십 회복 의지를 전시장 한복판에서 천명한 셈이다.

#중국, 기술·실행·현지화의 삼중주

IAA에서 가장 관심이 뜨거웠던 곳은 중국 기업들의 부스였다. 전시장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중국의 자율주행 솔루션 관련 스타트업 호라이즌 로보틱스(Horizon Robotics)는 유럽 데이터센터에서 현지 데이터로 재학습하는 데이터 현지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와 IVI의 원칩 통합 SoC를 내년 내놓겠다는 로드맵, L2+~L4까지 커버하는 Journey 6 라인업으로 칩 중심의 생태계 연합을 알린 점이 인상적이었다.

Journey 6 시리즈는 통합 CPU, GPU, NPU 등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해 다양한 수준의 ADAS 및 고급 운전자 보조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보쉬, 폭스바겐 등 독일의 자동차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SAIC, BYD 등 중국의 자동차 제조사들과 ADAS 기능이나 스마트 주행 시스템 개발 협력 중이다. 여러모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CATL 부스는 IAA 2025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공간 중 하나였다. 정위친 회장이 독일 정부 관계자와 주요 OEM 임원들에게 직접 기술을 설명했는데,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정책·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행보로 읽혔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메시지였다. 베이징 모터쇼나 인터배터리에서 ‘션싱(Shenxing)’이나 ‘기린(Qilin)’ 배터리를 앞세워 최고 속도와 효율을 과시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뮌헨에서는 안전성, 공정 안정성, 생산 신뢰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보수적인 유럽 시장에서 신뢰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부스 입구에는 열폭주 방지용 액체 냉각 구조 단면과 생산라인 CT 검사기를 전시해, 안전성과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가시적으로 강조했다.

특히 유럽에서 CATL은 헝가리 공장을 거점으로 초기 대량 양산을 예고하며 부품 공급사에서 에너지·충전 솔루션 기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전략을 공개했다.

샤오펑(Xpeng)은 ‘AI-defined Vehicle’을 캐치프레이즈로 Next P7, P7+, G6, G9, X9 등 풀 라인업을 전시했다. 특히 Next P7은 제로백 3.7초, 최고 속도 시속 230km 등의 퍼포먼스와 함께 ‘24시간 동안 약 3961km 주행’이라는 내구성 기록을 시험적으로 제시했다. 이는 양산 전형의 전기차가 지속가능성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였다.

이번 IAA에서 샤오펑은 유럽 내 첫 연구·개발(R&D) 센터를 뮌헨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중국, 미국(실리콘밸리, 샌디에이고 등)에만 있던 글로벌 R&D 네트워크가 유럽으로 확대되는 첫 사례이자, 유럽 사용자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첫걸음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유럽 R&D센터를 기반으로 유럽 규제 및 수요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면서 현지화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샤오펑의 전시는 ‘중국=저가’ 이미지에서 ‘중국=테크 리더’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특히 시내에서 전시되는 오픈 스페이스 공간에서 세련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홈그라운드에서 리셋 꿈꾸는 독일 3사, 그리고 오모비오

BMW는 ‘네오 BMW’의 서막을 알리는 노이에 클라쎄 첫 양산차인 iX3로 전시장을 장악했다. 800V 아키텍처·양방향 충전, 파노라믹 아이드라이브(Panoramic iDrive/OS X)와 4개 ‘슈퍼브레인’ 도메인 컴퓨팅 등 SDV 전환의 실물을 누구나 체험하게 설계했다.

아이드라이브(iDrive)는 BMW의 차량용 운영 시스템으로 이번 파노라믹 아이드라이브는 기존 아이드라이브를 차량 전면부 전체로 확장해 단순히 가운데 디스플레이만 보는 게 아니라, 대시보드 전체에 걸친 파노라마형 디스플레이로 운전자와 동승자가 동시에 정보를 보고 제어할 수 있다. 운전자는 속도, 내비게이션, 안전 경보 등 필요한 주행 정보를, 동승자는 엔터테인먼트나 편의 기능을 자기 쪽 화면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BMW는 SDV의 핵심 UI를 구현했다. 2025년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양산해 2026년에는 유럽 출시를 하겠다는 로드맵도 분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전환의 대표 모델로 전기 GLC를 내세웠다. 독일 언론에서는 전기 GLC를 “가장 중요한 신차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BMW iX3와 비교해 메르세데스 벤츠의 프리미엄 전략에 주목했다. 특히 GLC는 글로벌 베스트셀러 SUV이기 때문에, 전동화된 GLC는 곧 메르세데스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단순히 배터리만 바꾼 게 아니라 최신 인터페이스, 고속 충전 기능, ADAS 패키지를 탑재한 것도 주목할 만했다. 특히 풍부한 주행거리와 고속 충전,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강조하며,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의 차별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전통적인 럭셔리와 프리미엄의 정의를 ‘첨단 기술+사용자 경험’으로 확장한 시도를 엿볼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는 ‘Welcome home’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내세웠는데, 브랜드 경험을 단순히 차량 시승이 아니라 집 같은 편안함, 일상 속의 럭셔리 경험으로 확장하려는 의도였다. 이를 뮌헨 도심 오픈 스페이스에서 구현했는데, 실제 관람객이 차량 내부에 앉아 ‘집 같은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폭스바겐은 ID. Polo, ID. Cross 등 합리적 전기 라인업과 3년간의 품질·UI 다이어트를 공개, ‘True Volkswagen’이라는 자기 규정을 재천명했다. 소형·컴팩트 EV 4종을 앞세워 ‘가격·완성도·충전 경험’의 균형 복원에 방점을 찍었다.

전통 기업의 리셋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를 보인 것은 콘티넨탈이다. 콘티넨탈은 IAA Mobility 2025를 통해 자동차 부문이 독립 기업 오모비오(AUMOVIO)로 재탄생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2025년 9월부터 콘티넨탈의 자동차(Automotive) 부문이 분할돼 오모비오라는 새 이름을 달았는데, IAA는 오모비오가 독립 브랜드로서 전시하는 첫 공식 행사가 되었다.

오모비오는 각종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관련 시스템을 선보였다. 경량화와 제동 저항감소를 통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고 제조 및 조립 비용도 절감 가능한 친환경 전기 캘리퍼(Green Electric Caliper)를 비롯해 구동, 제동, 조향, 서스펜션을 하나의 단위에 통합한 모듈 형태의 섀시 유닛, 전자식 바이-와이어(by-wire) 구조, 휠 단위 150도 조향 가능성 등으로 조향성과 공간 활용성, 차량 설계 유연성을 높이는 코너 모듈(Corner Module)이 주요 제품으로 등장했다.

#IAA가 남긴 것, 그리고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

이번 IAA에서는 독일 프리미엄의 귀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BMW·메르세데스는 뒤처지는 것처럼 보였던 EV와 SDV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여기에 폭스바겐은 보급형 EV로 체급 조정을 마치면서, 자동차 종주국 독일의 브랜드 파워를 다시 보여주는 듯했다. 2023년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독일 자동차 업계에 드리웠던 우울한 분위기를 다소 해소해주는 듯했다.

다만 2023년엔 중국의 완성차 업체 위주로 눈에 띄는 발전 속도를 보여준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칩·배터리·완성차·충전·유통의 종합전술이 유럽의 심장부로 파고들었음이 눈에 띄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독일 언론 보도의 비대칭 현상이다. 현장은 중국 기업과 독일 기업의 힘겨루기가 잘 드러났지만, 현지 언론·SNS 노출은 독일 빅3 중심이었다. 독일 컨설팅 기업 프로펫(Prophet)는 9월 8일부터 11일까지 IAA 기간에 주요 유럽 국가(EU G5)와 중국, 미국의 온라인 포털과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보도된 내용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아우디를 포함한 폭스바겐그룹 브랜드(25%)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고, BMW(11%)와 메르세데스(10%)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 제조업체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BYD와 샤오펑(각각 6%)이 중국 기업에서는 가장 많이 주목받았고, Geely(3%)와 GAC(2%)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현장에서 느낀 팽팽한 긴장감과 달리 미디어 헤드라인의 비중은 다소 편중된 모양새였다. 그래서 상하이 오토쇼 같은 ‘홈그라운드’에 가면 유럽인이 더 크게 놀란다는 얘기가 공감된다.

전통적으로 독일이 이끌었던 자동차 산업의 현재 좌표를 냉정히 그려보자. IAA는 독일 완성차의 자신감 회복을 확인시켰지만, 티어1과 다양한 벤더사들이 겪고 있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공급망 재편과 구조조정의 압력 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거대한 전환의 승패는 결국 비용·속도·정책이 가른다. 박수를 치며 여전히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의 화려한 무대를 보고난 이후 ‘어쩌면 이번 IAA는 성공적, 그러나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일 수 있겠다는 서늘한 생각이 든 이유다. 한국 스타트업으로선 혁신을 무엇보다 갈구할 독일이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목적지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고, 기회를 살필 때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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