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한인 대상 납치·감금 사건이 연달아 불거지는 가운데 해외 파견된 경찰관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 개편으로 외사국도 폐지돼 국제 범죄를 다루는 경찰 역량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0명이던 경찰협력관은 2021년 22명으로 늘어났다 2023년 10명으로 줄어들었다. 올 9월 기준 경찰협력관은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 3명·태국 코리안 데스크 2명·인터폴 3명·직무파견 주재관(베트남·캄보디아) 3명으로, 총 11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협력관은 국제기구나 외국 법집행기관에 파견되는 경찰로 현지에서 국제범죄·국외도피사범 검거·송환 업무와 파견 기관과의 협력 업무를 수행한다. 외교부에서 관리하는 경찰주재관과 달리 경찰에서 별도로 운영하며 대부분 1~3년간 임시로 파견돼 국제 공조 업무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외 사법기관과 수사 공조 기관에 파견돼 현지 경찰과 긴밀한 관계를 쌓고 효율적으로 검거·송환 업무를 수행하는 코리안데스크도 경찰협력관에 포함된다. 국제 수사 업무의 핵과도 같은 존재인 셈이다.
이들이 줄어든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 당시 ‘공무원 감축’ 기조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경찰협력관 인원을 감축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해외 현안은 유동적인 경우가 많아 대부분 비별도 파견(정원 외 파견) 형식을 채택했는데 이를 초과 인원으로 보고 줄이라는 지시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2년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공공기관 혁신’을 제시하고 매년 기관별 정원의 1%(5년간 총 5%)를 감축하기로 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경찰이 외국인 전담 부서인 외사국을 국제협력관으로 축소하면서 전국 경찰서 및 시도청 외사 부서도 사라졌다. 2023년 이상동기범죄가 늘어나자 기동순찰대·형사기동대 등 신설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외사경찰을 줄여 정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채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국제범죄 수사부서는 2020년 385개에서 올해 149개로 61% 감소했다. 2020년 1580명이던 외사경찰은 올해 49명으로 줄며, 불과 3% 수준에 그쳤다.
전날 국회 행안위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반복됐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2023년 조직개편 당시 본청 외사관을 국제협력관으로 격하시켜 본청 외사 인력이 73명에서 49명으로 줄었다”며 “시·도청 외사과를 폐지해 인력 1000명이 빠지면서 국제 범죄 수사 전문 인력이 단절됐고 해외 범죄 공조 체계가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캄보디아 당국과 협력을 강화해 납치·구금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캄보디아에 구금됐던 국민 64명이 한국으로 송환된 가운데 정부 합동대응팀 단장인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정부는 캄보디아 정부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고, 합동 대응 TF(태스크포스)를 제도화해 앞으로 협력을 증진하는 데 합의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캄보디아 내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스캠 범죄 근절을 위해서 효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게 초기 증거물 수사를 요청했다”며 “휴대전화 등 증거물 교류가 이뤄져 초기 수사도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당국은 한국인 범죄자를 체포하면 정부에 신속하게 통보할 계획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인력 증원 외에도 국가 간 관계 형성을 통한 신뢰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에서 캄보디아를 압박·회유하면서 국가 간 신뢰를 쌓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확보해야 국제 범죄 대응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