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누가 무엇을 거부하는가? 윤 대통령 거부권의 종말

2025-02-13

유진오 첫 헌법 초안에

대통령 거부권은 없었다

거부권 또는 재의(再議)요구권은 대한민국 헌법 제53조 제2항에서 정한 대한민국 대통령이 갖는 법률안 거부권이다. (②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 폐회 중에도 또한 같다.) 이는 총체거부(package veto)와 환부거부(affe cted veto)의 형태이며, 보류거부(pocket veto)는 인정되지 않는다. 거부권은 삼권분립에서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장(정부 수반)으로서 입법부를 견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1948년 유진오 전문위원의 헌법안을 바탕으로 헌법기초위원회가 16차 회의 끝에 작성한 초안의 쟁점은 대통령제와 내각제 문제였다. 한민당은 이승만에 필적할 대중적 정치가가 없다는 현실적 이유로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며 내각책임제를 지지했다. ‘대통령 임기 동안 안정된 정부가 되려면 국회가 이를 변경할 권한을 가져선 안 된’다며 이승만은 대통령중심제를 강력히 원했다.

유진오가 만든 첫 헌법 초안에 대통령 거부권은 없었다. 유진오 원안의 의원내각제는 국회 본회의 상정 하루 전인 1948년 6월 22일 갑자기 대통령제로 변경됐다. 전날, 이승만은 ‘내각제라면 어떠한 지위에도 취임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구도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승만마저 빠지면 정부 수립은 어려웠다. 그날 밤 한민당 중진들이 모였고 당수 김성수는 ‘건국 초 정권 교체가 잦으면 정치적 혼란을 막기 어렵고, 새 나라의 초석에 비능률적이므로 이 박사의 의사를 따르자’고 무마시켰다.

당시 제헌의회 의원들 사이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과 국회 재의결의 불가능함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다. 4.3 사건 등 좌우 대립이 격화되는 중에 이승만 박사에게 강력한 통치권을 부여하자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승만 국회의장이 대통령제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정부형태가 바뀌었고, 미국 헌법을 따라 거부권이 급하게 추가됐다.

윤, 21번째 법안까지

평균 4.1일마다 거부

윤석열 대통령 집권 3년 만에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기에 접어들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집권으로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팽창주의 야욕이 드러나면서 국제 정치는 세기적 전환기를 맞았다. 엄중한 국제정세의 냉혹함이 드러나고 있는데 우리는 혼돈기를 보내고 있다. 전두환의 “정의 사회 구현”이 역사적 심판을 받은 것처럼 역사의 퇴행을 불러온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도 같은 류의 심판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윤 대통령 때문에 삼권분립은 무너졌고 그는 결국 소추당했다.

국회에 대한 견제 수단인 대통령 거부권은 15일 이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통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숙고 기간 없이 21번째 법안까지 평균 4.1일마다 법안을 거부했다. 거부권을 행사하며 대통령이 야당이나 시민사회와 토론, 협의 등을 한 적도 없었다. 윤 대통령은 2023년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과 처우 개선 등을 규정한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직역단체들이 이권을 지키려 반대하자 이를 일방적으로 들어줬다. 그러나 간호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크게 논란이 됐다.

2024년에도 거부권은 계속 이어졌다. 5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어업회의소 법안은 하루 만인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안 설명에 여야 국회의원과 정부가 총 7개 법안을 발의해 이를 통합, 조정했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말이다.

특검으로 얻는 실익 적다?

권한대행들의 거부권 행사

3차 김건희 특검법이 거부된 다음 날인 12월 3일 밤 윤석열은 상기된 채 계엄을 발표해 국회와의 대립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윤석열의 심적 고통이 컸는지는 거부권 행사 동안 준비된 계엄을 실행함으로써 증명됐다. 12년간 45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 대통령의 기록을 임기 중에 갱신할 것이 확실했는데 탄핵 소추되는 바람에 중단됐다.

한덕수, 최상목 권한대행으로 이어지면서 거부권은 계속됐다. 최 대행은 ‘특검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다’고 했지만, 지키려는 이익이 불분명한 거부권 행사야말로 무책임한 일이다. 최 대행은 국무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수사가 진전돼 윤석열을 포함한 군경 핵심 인물들이 구속·기소되고,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는 이유로, 특검 도입의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및 옷 로비 사건’이나 2007년 BBK 주가조작 사건 등 여러 특검이 관련자 기소 이후, 수사 미진 등을 이유로 도입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윤 대통령은 수사권 문제를 이유로 공수처 수사를 거부했고,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기소됐다. 윤 대통령의 범행 동기와 비상계엄, 내란 행위의 전모 등 밝혀야 할 게 적지 않다.

탄핵 세력과 탄핵 반대 세력의 대결, 내란 세력과 반내란 세력의 대결 등 심리적 내란은 계속되고, 국민들의 내란성 위염, 내란성 수면장애도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의 종말은 탄핵에 대한 헌재의 시간으로 치달아 간다. 곧 국민들이 편안히 잠을 자고, 민생경제가 활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성인수 정책과비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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