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인 약 2000명이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일본 사도광산'이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 사진=머니투데이 DB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사가 참석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약 2000명이 강제노역에 시달린 곳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물이 일제 강제노역으로 고통받은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일본 외무성과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이쿠이나 아키코 일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은 오는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위치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사도광산 추도식에 차관급 인사 참석을 요청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직급으로는 이에 부합하지만 문제는 2022년 8월15일 일본 패전일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던 전력이 있다.
우리 외교부는 일본 대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을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추도식에는 한국 측에선 박철희 주일본대사 뿐 아니라 사도광산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 11명도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 대표가 한국인 피해자를 기리는 표현을 담거나 최소한 이전 정부의 사죄·반성 태도를 계승한다는 취지로 발언할 경우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지만 관련 언급이 없을 경우 유족에게 더 큰 아픔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이쿠이나 정무관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발탁한 인물이고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 때 정치 신인으로서 야스쿠니 신사를 한 번 참배한 만큼 추도식 발언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2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한일 협상 상황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할 예정이었지만 시작 5분 전 돌연 취소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의 문제 이력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뒤늦게 인지하면서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는 우리 정부의 동의도 있었다. 일본은 당초 태평양 전쟁 시기를 아예 등재 대상에서 제외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 등록을 위해선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이 끝까지 사도광산 등재에 반대하면 장시간 토론 후 표결을 해야 한다. 표결에서 위원국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등재가 이뤄지고 우리가 등재를 막으려면 3분의1 이상 반대를 얻어야 한다. 일본이 유네스코에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주요 기여국 중 하나란 점을 고려할 때 외교적 부담이 상당한 일이었다. 결국 양국은 강제노역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방식의 절충안에 합의했다.
다만 일본 측 추도사에 조선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내용이 담길지 불확실하고 한국 측 유족 11명의 추도식 참석 비용도 우리가 부담하는 등 논란이 이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