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우수성과 100선이 선정되었다. 2024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은 학계, 연구계, 산업계에서 달성한 수많은 성과 중 추천되었고 관계부처와 기관을 통해 추천된 869건 중 100개가 엄선되었다.
100선을 뽑는 과정은 열띤 토론의 장이 되었고, 선정평가위원회에는 100명의 기술분야별 평가위원이 참여했으며, 논문·특허·기술이전 및 사업화 성과 및 대국민 공개 검증의 절차를 거쳤다.
이번 '2024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사례집 발간사에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언급한 내용에는 이번 100선 선정의 의미에 관해서는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은 기술 융합과 경계를 넘어선 변혁의 시기이며,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오늘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10년, 20년 후 국가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또 이제는 한 사람, 어느 연구팀, 몇몇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 난관을 돌파할 수도, 아니 한 발자국도 진보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실상 우리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규모는 2014년 17.8조 원에서 2023년 31.1조 원까지 증가(연평균 증가율 6.4%)했고, 이 기간 동안 연구개발지원 과제 수가 5만여건에서 7.2만여건으로 늘어났지만 이것이 우리의 경쟁력이 양적·질적으로 크게 발전했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 마치 경주차 레이싱처럼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가 만큼이나 누가 더 진보를 이루고, 더 가치 있는 연구 성과를 창출하며, 더 경쟁에서 앞서 가는가를 따져봐야 하기도 하다.
이런 배경 탓인지, 이번 국가연구개발 100선 선정의 결과는 예년과는 다른 특징도 있다. 우선 연구개발 성과의 유형은 과거보다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더 많은 건수가 창출되고 있다. 더불어 2024년에 선정된 100건 성과 가운데 분야별 최우수 성과로 선정된 12건은 국내 연구 역량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급속히 성장하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과제인 메타렌즈 제작비용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포토리소그래피 및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 융합 메타렌즈 개발과 1마이크론 수준의 미세 주름의 움직임으로도 각종 전자기기를 제어를 도울 수 있는 저전력, 고효율 초박막 전자피부 개발이 있다. 더불어 유전자가위 프라임 에디터의 효율 예측 인공지능(AI) 기술, 양자컴퓨터의 초석이 되는 원자 스케일 큐비트 개발 등도 인상적이다.
성과 유형을 살펴본데도 괄목할 만한 변화가 눈에 띤다. 무엇보다 기술사업화 성과가 43%를 차지하였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듯, 미국, 이스라엘 등 기술 선진국에서는 기술사업화 등 연구개발로 연계된 성과가 많이 창출되고 있다. 이 점에서 이제 우리 연구자들도 논문, 특허 등의 성과 외에도 사업성과 시장성 있는 기술개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음을, 이번 우수성과 100선은 증명하고 있다.
올 1월 중순에 '100선 선정자 인증서 수여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장관이 직접 참석해 연구팀의 노력에 축하와 감사를 전하고, 우수성과에 대한 시상을 할 것으로 안다. 더불어 이중 우수성과에 대해서는 국가연구개발 성과평가 유공 포상에 후보자 추천으로도 연계된다면 그동안 연구개발에 헌신한 이들의 노력을 기억하고 격려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앞으로도 정례화되고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이 되기를 바란다. 또, 선정 성과를 비롯해 필요한 후속 연구와 개발이 이어져 과학기술 진보는 물론 사회적 난관도 극복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뜨거운 지원이 뒷받침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우리에게 가장 풍부한 자원은 바로 인재라는 걸 다시금 되새겨보자.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 그리고 이를 가치 있게 생각하는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100선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2024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에서 그 잠재된 가치를 찾아내어, 마치 K팝 스타들처럼, 우리나라가 과학기술로 기억되고, 국민은 우리 과학자들을 자신의 아이콘으로 삼는 그런 때가 도래하도록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한 마음 한뜻이 되어야 하겠다.
이것만이 진정 묵묵히 연구에 헌신하는 모든 과학기술인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에게 과학기술의 의미를 돌려주는 것이겠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성과평가전문위원장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