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청과시장에서 배 한상자 6~7만원대
사과도 5만원 안팎…명절 다가오면 더 올라
서울 차례상 비용…전통시장 22만4천원·마트 25만8천원
“한 상자에 6개짜리 배는 7만5000원, 8개짜리는 7만원입니다.“
명절 연휴를 한주가량 앞둔 18일 오후 7시 서울 청량리 청과시장. 한 상인은 배 한 상자 가격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가격이 비싸 다른 곳을 돌아보니 이곳에선 8개에서 10개 사이의 배를 일괄적으로 5만7000원에 팔고 있었다. 이전 가계보단 알이 작았지만 괜찮아 보였다.
상점 주인은 “내일 물건이 들어오기 때문에 지금 싸게 파는 것”이라며 “올해 배값이 아주 비싸다”고 말했다.
요즘 인터넷에선 올해 차례상엔 ‘배 하나만 올리라’는 얘기가 돈다. 올해 배값이 금값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과가 아주 싼 것도 아니었다. 차례상에 올릴 선물용 사과 역시 한 상자에 5만원 안팎이었고, 6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설 명절을 앞둔 오는 주말엔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도 청과시장이라 가격이 싼 편이고 집 앞 가게나 마트, 백화점에선 더 비싸게 과일이 팔린다.
2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보다 9.8% 올랐다. 특히 농·축·수산물이 많이 올랐다. 이 중에서도 과일류는 16.9% 상승했는데, 배가 71.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사과는 30.2% 올랐다. 귤은 46.2%, 감은 36.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설 명절 상차림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설 차례상을 준비할 때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약 22만4000원, 대형마트는 약 25만8000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는 이달 13일 시내 전통시장 16곳, 대형마트 8곳, 가락시장 내 가락몰 등 유통업체 총 25곳을 대상으로 차례상 차림 비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조사는 6∼7인 가족 기준으로 34개 주요 성수 품목 가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통시장 구매비용은 22만4040원으로 대형마트(25만8854원)보다 3만4814원(13.4%) 저렴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통시장 비용은 1.0%, 대형마트 비용은 2.5% 올랐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보다 과일(배·곶감), 임산물(대추·밤), 나물(고사리·도라지), 채소(시금치·대파·알배기배추), 수산(부세·다시마·동태), 축산(한우 양지·돼지고기·닭고기), 가공식품(두부·맛살·약과)이 저렴했다. 대형마트는 과일(사과), 채소(무), 축산(한우 우둔살), 양곡(쌀), 가공식품(밀가루·다식·청주·식혜)을 상대적으로 싼값에 팔았다.
다만 이 가격이 실제 상차림 비용과 일치한다고 보긴 어렵다. 보통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제수 가격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배 등 일부 과일 품목이 생육기 고온으로 낙과·열과 현상이 발생해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채소 품목도 이상기후로 생육이 좋지 못해 가격 강세가 예상된다.
축산물은 수급이 안정돼 작년보다 시세가 소폭 오를 전망이다. 수산물은 정부 비축 물량 방출 등으로 설 성수기 공급은 비교적 안정적일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공사의 ‘안정’ 전망이 ‘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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