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호 기자의 이런말, 저런 이야기> ‘양극화’ 부채질 한 정부, 이것만은 달라야

2025-03-25

국내 양돈현장에 양극화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한해만 해도 2분기 이후 예상을 넘어서는 돈가가 형성되면서 상당한 출하 수익과 함께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농가들이 적지 않았던 반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농장 매물도 부쩍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농장주 자의에 의한 매물의 경우 빚 잔치 이후 조금이나 건져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하다 보니 막상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더라도 가격 협상이 용이치 않은 게 현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농장주의 빚은 더 늘어나고, 희망 매도가격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질 수 밖에 없음이다.

더구나 저수익 양돈 기조가 고착화 되고, 금리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상 특별한 이유가 있는 육가공업체나 농가 외에 이전 처럼 농장 매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 농장 매물 만큼 실제 거래가 많지 않다.

생산비 따라 가르마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기본적으로 생산비에 의해 가르마가 타진다.

높은 생산성에, 안정된 재정기반을 토대로 현금사료를 사용하고 금융이자 지출이 적은 농가들 은 적자와 흑자의 기준점, 즉 손익분기점이 되는 돈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 반대 상황의 양돈농가라면 웬만한 돈가로는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오히려 잠깐의 돈가 하락만으로도 생산비와 함께 손익분기점이 더 높아지게 되고, 남들이 호황이라는 시절 마저도 체감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양극화의 원인을 오로지 양돈농가의 능력 차이 하나만으로 설명한다는 건 무리다. 분명한 건 정부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잘하는 농장 ‘가산점’

축사시설현대화사업부터 가축분뇨 처리시설 지원사업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정부 지원 사업이 양극화의 상위점에 위치한 양돈농가에 집중돼 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깨끗한 농장과 HACCP인증 농장 등 기본적으로 정책사업에 적극 여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농장들에게 가산점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들 농가들은 정부 지원을 통해 더 높은 생산성과 낮은 생산비를 위한 필요 조건을 구축하게 되고, 일부 농가들의 규모 확대와 함께 이른바 ‘양돈 가문’의 출현에도 한몫을 해 왔음은 분명하다.

물론 정부의 사업자 선정 기준이 잘못됐다거나, 그 혜택을 받아온 농가들을 지적하는 건 아니다.정책사업 참여도가 정부 지원 대상자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도 상환 능력을 갖춘, 즉 담보가 확실한 농가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모습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굳이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양돈현장의 구조조정을 통해 잘하고 강한 농장의 생존을 유도, 국내 산업의 기초 체력을 튼튼히 만들겠다는 정부 의중이 담겨있을 수도 있다.

위험농장이 최우선 돼야

위험요인부터 개선 돼야하지만 그 사업 취지를 감안할 때 방역과 냄새에 대해서는 여느 정부 지원 사업과 철저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구제역, ASF 등 악성가축전염병의 경우 한 농가의 실수만으로도 방역이 뚫리고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 농장관리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양극화의 하위점에 위치한 농장들이 그 원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냄새 또한 다르지 않다. 몇몇 농가의 냄새가 양돈산업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이는 다시 강력한 규제를 양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원인을 들여다 보면 아무래도 양극화 하위점의 농가들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신규진입이 어려운 국내 축산업 환경속에서 ‘농장 허가증’ 자체가 돈이 되고 있는 마당에 이들 농가들의 조속한 구조조정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방역과 냄새 관련 정부 지원사업 만큼은 잘하는 농가가 아닌, 위험 수준의 농가에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이는 곧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양돈산업계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수농장 인센티브제' 최선일까

최근 농장 시설을 중심으로 한 평가를 통해 우수 농가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농장 방역등급제’를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장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잘하는 농장이 아닌, 위험농장부터 우선 순위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고민과 범 양돈업계의 공감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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