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동정월 산조를 흐트러짐 없이 연주한 유희정

2025-04-05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지난 4월 3일 저녁 7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유희정 함동정월류 가야금산조 독주회가 열렸다.

함동정월류 가야금 산조에 대해 말하기 전, 그 뿌리는 이렇다. 함동정월 명인은 전남 강진 출신으로 스승 최옥삼에게 가야금을 배웠다. 최옥삼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최옥산’으로 알려져 있던 최옥산류(현재는 최옥삼류로 불린다.) 가야금산조의 창시자로 알려진 명인이다. 그는 김창조와 한성기에게 어린 시절 가야금 산조를 배우고 북한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국악인으로 북한민중음악사 계보를 잇는 북한 음악인들의 스승인데, 남도 음악을 기반으로 북한 음악을 개척하였다고 전해진다.

함동정월(예명, 본명 함금덕)은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11살 때 광주 권번에서 기본기를 다지고 12살 강진에서 여러 선생에게 춤과 노래를 배웠다. 특히 스승 최옥삼에게 가야금을 배워 1980년에 국가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 가야금산조 및 병창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으면서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린 일등 공신이다.

사람들은 그 산조를 최옥삼제 함동정월류라 부르기도 하였다. 월북한 스승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했던 시절이 지난 1998년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로소 스승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는 조바뀜이 다양하고 선율이 치밀하며 다스름-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늦은자진모리-자진모리-휘모리로 구성한다. 늦은자진모리는 판소리하는 이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쉽지 않은 장단이다.

함동명월 명인은 산조ㆍ판소리ㆍ가곡ㆍ시조 등 다양하게 국악을 섭렵하고 높은 경지를 이루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연주자들에 견줘 스승에게 배운 가락이 완벽하여 덧붙일 것이 없다는 말을 들은 명인의 연주는 최옥삼 가야금산조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꼽힌다.

제자 윤미용 명인 또한 국립국악원장, (재)국악방송 이사장, 국립국악고등학교 교장, 추계예술대학교 교수 등을 지내며 오랜 시간 국악 연주와 교육에 매진한 국악계 원로로 스승의 예술의 경지를 이어 함동정월 가야금산조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함동정월 가야금 산조의 계보를 보면 여러 음악을 두루 섭렵하지 않으면 손에 담아내기 힘든 타고난 재주와 천재적인 예술성을 가지고 있어야 함을 그 계보를 통해 알 수 있다.

그 계보에 유희정 연주가가 이수자로 첫 함동정월 가야금 산조 독주회를 선보인 것이다. 이 산조는 판소리와 남도풍의 가락을 중심으로 우조가 많아 그런지 무겁고, 절제되었으면서도 당차다. 깊은 아픔과 슬픔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한 음 한 음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진중하고 품격이 있는 소리의 여운을 들을 수 있다.

함동정월 명인은 한 많은 인생이었으나 예술인으로 사신 동안 한 음 하나 헛으로 내신 적이 없으셨고 늘 당찬 연주를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함동정월 가야금 산조 또한 음의 시작과 끝의 여운까지 정교한 호흡으로 소리를 이어가며 그 주위의 공기마저 소리를 담아내려고 하듯, 연주자의 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매력이다.

유희정 이수자는 한 음의 농현 뒤 뛰어오르는 듯 잡는 음의 절제미, 순차적으로 상행과 하행을 반복하며 내는 미묘한 반음의 묘미로 진양조를 이끌었다. 특히, 진양조 우조의 우렁찬 기개로 이어가며 굵은 선을 더해가며 연주하였다.

계면조가 더 많았던 중모리는 정갈하나 역시 힘이 있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율들은 평안함을 느끼며 안정적인 연주를 이어가며 특히 오른손의 기교가 눈을 사로잡는다. 움직이는 듯 멈춰서는 듯하는 중중모리 장단의 리듬은 재미난다. 노래하듯 화려하고 춤추듯 넘실대는 선율을 듣고 있자면, 그 음악의 폭이 매우 넓음을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자진모리에서 지긋이 아래 음을 누르며 작은 소리에도 웅장함을 내는 것에 일순간을 소름 끼치게 하였다. 지그시 누르며, 퇴성과 추성의 밀고 당기는 여유 속에 깊은 성음들이 극장 안의 공기를 에워싼다. 휘몰아치는 휘모리의 기개 속에 사뿐히 줄을 밟아내며 내는 추성의 맛에 가식적이지 않은 유희정 연주만의 중후한 성음을 느끼게도 하였다.

김호성 명인이 함동정월 산조에 대한 대담에서 “함동정월 산조는 자신이 북을 잡고 흥타령, 육자배기 정도는 부를 줄 알아야 할 수 있다. 인위적인 농현이 아닌 뼛속에서 하는 농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하신 말씀이 번득 생각이 났다.

유희정은 함동정월 가야금 산조의 쉽지 않은 가락과 감정들의 표현들을 정갈하고 품격있게 승화시켜 내고자 하였고, 장장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흐트러짐 없이 다스름부터 휘모리까지 균형을 잃지 않고 조화롭게 연주를 해낸다. 유희정 이수자가 오랜 시간 내공을 다지며 한 음을 낼 때마다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찰나들이 느껴질 때마다 순간 울컥함까지 올라왔다.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수련의 성실함, 천재적인 예술성이 없다면 과연 이 함동정월 산조의 계보를 누가 이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메웠다.

유희정 연주자 스승 이재숙 명인에 따르면 “어린 시절부터 가야금에 대한 남다른 재능으로 탄금대전국가야금경연대회 1등, 선화예술고등학교 시절 전주대사습놀이 입상, 동아콩쿠르 금상, KBS국악관현단과 협연, 한양대학교 4년 장학생으로 발탁되어 학문과 실기를 겸비한 음악인으로 2012년에는 고령 전국우륵가야금 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가야금 연주자로 입지를 굳혔다.”라고 하였다.

사회를 맡은 윤중강 선생은 다수의 국악 전공자가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데 음색과 농현에 집착하면서 산조의 성음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안타까운데, 유희정 이수자는 그걸 극복해 냈다.“라고 말한다. 또 윤중강 선생은 “어떤 하나의 흐름을 깊게 파고들면서 지난 세월 연주의 장점을 하나의 집합체로 완성했다는 걸 높이 평가한다.”라고 칭찬한다.

산조의 명인은 자신만의 독특한 수법으로 산조 명인의 반열에 들어서는 것인데, 유희정은 산조 대전을 통해 이를 충분히 증명해 냈고, 이번 독주회에서는 뼛속에서 노래하듯 자연스러운 자신만의 독특한 성음을 놓치지 않고 선보이며 공기마저 집중시키는 자신만의 함동정월 긴 산조를 흐트러짐 없이 해냈다.

유희정은 최고의 교육기관을 거치면서 당대 으뜸 스승들에게 배움을 이어가 그녀만의 분명한 연주 집합체를 완성한 것이다. 동시에 유희정은 지난번 산조대전의 시작으로 명인의 반열에 들어섰고 이번 독주회에서 굳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로써 더욱 매진하여 명인으로서 이름을 알리고 함동명월 산조의 매력을 후학들에게 전파하며 이 멋진 산조의 명맥을 이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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