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기관(병, 의원)을 개설하기 위한 자격을 의료인과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무분별한 영리 목적의 자본이 의료시장에 진입하여 의료가 가지는 전문성,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외국인 진료에 한정한 영리병원을 허가하는 등 영리 목적의 자본에 의료시장을 개방하는, 이른바 ‘의료민영화’가 과거 부분적으로 시도되었으나 국민 여론의 강한 반발에 결국 좌초된 일도 있었다. 의료인이 아닌 의료법인이 설립되거나 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도 그 자격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예를 들면 투자금의 규모가 공공성과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수준으로 충분한 규모가 되어야 하고, 법인 정관 등의 목적과 운영, 재정이 비영리 목적과 공익성에 합당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다른 지역에 연고를 둔 비영리법인(의료법인이 아닌)이 정읍시에 29병상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개설을 신청하고 이를 규정에 따라 불허한 정읍시에 재검토 요구와 무리한 민원 및 여론전을 반복하면서 지역사회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법인은 소재지와 그 구성원이 동일한 대구광역시에 있는 2개의 비영리법인 중 하나로 29병상 이하 소아과 의원(30병상 이상인 경우 신규 개설 허가가 광역단체로 이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판단된다) 개설을 위한 2차 정관변경 허가신청을 하여 행정절차를 진행이라고 한다. 이 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법인 설립의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그 산하 국립중앙과학관의 정관변경 허가가 있어야 하나 이미 정읍시 등이 부적합 의견을 제출함에 따라 불허가되었으며, 이에 대해 불복하여 진행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에서조차 위 불허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이 난 상태이다. 또한 정관변경 심사 과정에서 의료사업 의사결정이 합리적인지 살펴보기 위해 제출받은 회의록에서는 ‘당시의 대표이사 등이 횡령 등으로 법인에 수십억 원의 손실을 입힌 것을 정읍시에 신설할 의료기관에서의 수익으로 메꾸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있어 해당 법인이 정읍시에 대해 공식 사과를 했던 사실도 확인한 만큼 해당 법인의 의료기관 설립의 목적이 공익적인 의료사업 목적이 아닌 영리 목적의 편법 사무장병원 개설을 위한 것으로 의심받았다고 한다. 현재까지 정읍시는 “의료법상 비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려면 주무관청에 정관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무관청은 해당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과 협의해야 하는데, 전북도와 협의 과정에서, 도 허가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 협의 불가 의견을 제출했다”라고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인이 여러 가지 민원, 행정소송을 통해 재신청을 한 상태이며 지역사회 인사 등을 통해 민원과 여론전을 하면서 정읍시와 보건 의료행정 부서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면 정읍시와 도내 의료계에서 강한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읍시 의사회는 지역 언론에 해당 법인의 불법적인 의료기관 개설 시도와 여론몰이에 대한 규탄 성명 광고를 기재하였고, 전북 의사회 역시 규탄 성명을 발표하였다. 의사회에 따르면 해당 비영리법인은 보건복지부도 아닌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비영리법인임에도, 의료기관 개설 전 필수적인 정관변경조차 불허된 상태로 애초에 법적, 행정적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정읍 시민을 상대로 의료사업 영위를 운운한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모습이며, 적법한 불허가에 대해 법적 불복 조치가 아니라 악성 민원으로 대응하는 형태를 규탄하였다. 또한 의료기관 수익으로 과거 횡령 등의 손실 보전 시도하는 비영리법인의 위험성, 대구광역시에 소재한 같은 건물에 본점을 두고 대표자나 주요 임원도 동일한 2개의 쌍둥이 비영리법인이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정읍시에 29병상 이하 소아청소년과 병원의 신규 개설을 하는 목적이 의심스럽고 회의록에도 횡령, 사기 등으로 발생한 수십억 원의 법인 손실금을 정읍의 의료기관에서 수익으로 충당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이는 의료법상 비영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비윤리적 시도로 절대 용납될 수 없고, 그럼에도 계속하여 개설을 시도하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면서 최근 정읍시와 정읍 아산병원과의 노력과 협력을 통해 이미 응급 의료시스템을 갖춘 어린이 전용 병동 및 소아 외래진료센터를 개설하여 운영함에 따라 지역 의료 수요를 맞추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고 무자격자의 무분별한 의료기관 개설은 결국 정읍의 미래인 소아, 청소년의 건강권 침해로 연결될 것이라 주장하였다. 결론적으로 필자 역시 정읍시의 시민을 위한 적법한 올바른 행정 처리와 지역 보건의료 질서 보호를 위한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흔들림 없는 처리를 부탁드린다.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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