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일정 수준의 양적 변화가 누적되면 어느 순간 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 ‘양질 전환의 법칙’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내부에 에너지가 축적되면 어느 순간 그것이 폭발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를 경제사회에서는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 산업혁명은 기술혁신과 이로 인해 발생한 사회, 경제, 정치 변화가 핵심이다.
1차 산업혁명은 그동안의 노동집약의 농업중심사회에서 기계공업 중심 사회로 바뀌는 혁명을 의미한다. 1784년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노동 생산성은 전보다 2~3배 이상 급증하게 되면서 소비자는 더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게 되었다.
2차 산업혁명은 1870년경, 전기를 활용한 대량생산이 이루어진 시기이다. 철도 건설과 대규모 철강 생산이 되며 통신기술이 발달하였다.
3차 산업혁명은 1969년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화, 자동화 생산 시스템의 등장 시기를 말한다. 특히 1990년대 중반에 들어 정보통신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3차 산업혁명은 가속화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통상 2010년 이후를 말한다. AI 등 최첨단 기술이 디지털, 바이오, 오프라인 기술들이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였다. 인간은 AI를 만들고, AI는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있다. 2025년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이동·조작·대화 능력을 갖추고 일상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10월 어느 날 친구가 11월 1일 저녁 뮤지컬 표가 생겼는데 부부가 같이 보면 좋겠다며 전화했다. 뮤지컬 제목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인지 모르면서 무조건 고맙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공연 당일 보게 된 뮤지컬은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다. 2015년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초연된 한국 창작 뮤지컬로 박천휴 작가와 미국 작곡가 윌 애런슨이 공동 작업한 작품으로, 초연 이후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을 이어가 2018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소극장 뮤지컬상, 극본·작사상, 작곡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었고 2024년 브로드웨이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다. 영화의 오스카상, 음악의 그래미상, 방송의 에미상과 함께 미국 4대 예술상 중 하나인 토니상에서 2025년 작품상과 극본상, 음악상, 연출상, 무대 디자인상, 남우주연상까지 6관왕을 받았으며 한국 뮤지컬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긴 대단한 작품이었다.
줄거리는 2060년 서울 어딘가의 아파트가 배경으로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쓸모가 없어진 ‘헬퍼봇’이 모여 사는 거주지다. 그중 하나인 올리버는 구형 모델로 더 쓸모가 없어져 주인한테 버림받고 홀로 남겨진 채 반복되는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외로움이 묻어난다. 이웃에 사는 클레어는 본인을 작동시키는 충전기가 고장 나자 난처해져 충전기를 빌리기 위해 올리버 집의 문을 두드리며 얘기가 진행된다. 올리버보다 신형인 클레어에게 본인에게 쓰는 충전기가 맞지 않자 이것을 고치는 과정에서 서로의 다른 점에 당황한다.
옛 주인이 산다는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는 올리버와 반딧불이 산다는 제주도 숲으로 가고 싶어 하는 클레어가 목적은 다르지만, 같이 여행을 하며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되지 않은 헬퍼봇의 낯선 느낌이 결국 사랑이란 걸 깨닫는다. 인간처럼 사랑하고,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는 꿈을 꾸지만, 두 로봇 모두 배터리 수명과 시스템 오류로 인해 곧 작동을 멈출 운명이 된다. “이별이 꼭 슬픈 건 아닐지도 몰라. 우리가 사랑했다는 사실이 남아 있으니까.” 하면서 사랑을 경험한 순간 자체를 ‘행복’으로 받아들인다. 이별의 순간, 두 로봇은 “어쩌면 이것이 해피엔딩일지도 모른다.”라며 서로의 기억 속에 남는 사랑을 선택한다.
공연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버려진 로봇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많은 상을 받았으며 티켓오픈과 동시에 전체 좌석이 매진되며 장기 흥행하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무얼까?
AI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일수록 공감 능력과 감수성을 상실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기억은 데이터이지만, 우리에게 기억은 감정이 부여된 추억이다. 사랑의 기억은 우리를 과거가 아닌 현재의 나를 만들어가는 힘이다. 클레어와 올리버는 서로의 기억 속에 존재의 흔적이 남아 사랑이 끝나도, 그 기억이 그들을 인간처럼 만든다. 로봇도 사랑을 통해 인간처럼 되었듯, 우리 역시 사랑과 관심 속에서 인간성의 회복이 필요하다.
배터리는 소모되고, 시스템은 언제든 종료될 수 있는 두 로봇의 사랑에는 끝이 있지만, 오히려 그 짧은 순간이지만 영원보다 깊은 행복을 느낀다. 유한성 속에서 충만함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진짜 인간다움이다. 끝이 있다는 자각, 죽음이 있다는 사실은 현재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쩌면 인생도, 사랑도, 끝이 있으므로 아름다우며 완벽하지 않아도, 오래가지 않아도, 진심이었기에 해피엔딩이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처럼 “죽음을 선취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이 된다.”라는 진리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1X 테크놀로지’가 167cm 키의 무게 30kg인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 ‘네오(Neo)’의 사전 예약을 10월 28일 시작했다. 설거지하고, 빨래를 접고, 청소하며, 화분에 물을 주는 가사 도우미 활동을 2026년부터 도와준다는 것이다. 2만 달러(약 3000만 원) 일시불, 혹은 월 499달러(73만 원)의 구독료라는 부담스러운 금액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것이 SF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곁에 다가온 것이다. 헬퍼봇의 이러한 발전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지불해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 특히 프라이버시와 안전, 그리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AI 시대이지만 알고리즘이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는 변하지 않는 인간다움에 대한 갈증이 있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6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근본이즘(Fundamentalism)은 고전적인 가치와 믿을 수 있는 원리가 주는 안정감과 만족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뜻한다. 근본이즘은 인공지능이 창조하거나 위조할 수 없는 진짜 근본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 결과이며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AI가 발전하면 할수록 가장 근본적인 인간만의 사랑과 배려와 같은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인공지능과 기술로 감정이 메말라가는 현실에서 오히려 자율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게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 로봇이 사랑을 배워 인간다워진다는 내용이 우리를 울린다. 변화 속도를 조율하고 그 안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그것이 바로 ‘어쩌면 해피엔딩’이 들려주는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이며, ‘어쩌면’이 아닌 ‘확실한’ 2025년의 해피엔딩을 원하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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