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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의 경로를 바꾼다,
스타트업 코칭의 세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비브리지 박정현 대표는 1년 전 과감한 피벗(pivot·사업 방향 전환)을 결정했다. 기존 주력 제품을 버리고, 외국어 더빙 AI 솔루션(비브리지AI)을 전면에 내세웠다. 4년 동안 갈아넣어 만든 제품을 어떻게 버릴 생각을 했냐고 묻자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코칭을 받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박 대표는 “피벗을 고민하던 시기 코칭을 통해 내 기저에 깔린 두려움을 직시하고 극복하게 됐다”며 “요즘 국내에 코칭받는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변해서 또는 사업 규모가 커져 갑자기 생겨나는 고민거리가 있는가 하면, 사업이 뜻대로 안 풀려 맞닥뜨리는 어려움도 있다. 투자자, 직원, 고객 사이 눈치싸움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 창업자 혼자 이 모든 난관을 넘어가려니 영혼을 갈아넣어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요즘 발 빠른 스타트업들은 코치를 찾아간다. 난다 긴다 하는 창업자를 끌어모으는 코치의 정체는 뭘까. 한국 스타트업 창업자들 사이에 부는 코칭 바람을 심층 분석했다.

스타트업 경영하는 데 코칭이 왜 필요할까. 백문이 불여일견. 코칭 덕에 사업을 대하는 관점 자체가 달라진 사례를 살펴보자.
국내 1위 캠핑 플랫폼 ‘캠핏(넥스트에디션)’의 윤우진 대표는 2021년 서비스 개시 이후 고객을 ‘캠퍼’로만 정의해 왔다. 그의 사업적 고민도 예약 시스템을 얼마나 편하게 만들지, 얼마나 좋은 캠핑장을 입점시킬지 등 ‘캠핑 예약’ 범주 안에서만 이뤄졌다. 그런데 윤 대표는 올해 새로운 길을 찾았다. 캠핏이 진짜 해야 할 일은 ‘비(非)캠퍼’를 캠핑장으로 끌고 들어오는 일이라는 것. 이후 캠핏의 무대는 캠핑장이 아닌 아웃도어 시장으로 바뀌었다.
윤 대표는 그 순간을 “언덕 하나를 점령하는 국지전만 하다가 갑자기 해상전을 시작하게 된 때”라고 표현했다. 발상의 전환을 만든 계기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관계자 추천으로 받아본 코칭이었다. 윤 대표는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 그걸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가’, 승리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로 옮겨가는 대화 속에서 코치는 계속 질문만 하고 답은 전부 내가 찾아내야 했던 경험이 새로웠다”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스스로 발상을 전환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