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상처는 사적이지 않다
정찬영 지음
잠비 | 312쪽 | 2만2000원

수십년간 반복된 국가폭력과 대형 참사는 많은 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자기 의심과 부정으로 스스로를 원망하거나 사건 자체를 회피하게 된 이들도 있고, 트라우마의 고통을 더 나은 삶을 위한 바탕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5·18민주화운동에서 아들을 잃고 그날에 머물러 사는 어머니나, 세월호 사건 이후 응급구조사의 삶을 택한 학생들처럼 말이다.
정신건강 전문의인 저자는 2013년부터 광주 트라우마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해 세월호 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의 심리지원팀에서 일했다. 책은 피해자들의 증언, 트라우마의 양상을 나열하고 회복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피해자들의 회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정’과 ‘의미찾기’라고 말한다. 내가 겪었던 고통이 실제로 발생한 것임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희생이 어떤 식으로든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의 정신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정부가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시민사회가 피해자에게 연대하는 등 사회적 차원의 움직임도 필요하다. 이해가 아닌 감정적 지지를 바탕으로 한 ‘증언치료’도 트라우마 이후의 혼란스러워진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은 피해자들의 회복 방해 요소도 분석한다. ‘진절머리 난다’ 등 피해자를 향한 비난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로 정치, 종교계의 나르시시스트를 지목한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나르시시스트’의 언동이 정치적 극단주의를 만나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풍토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를 길러내는 사회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무한경쟁의 교육, 평가를 줄이고 ‘타인과의 연결감을 강화할’ 공동체 교육을 늘리길 제안한다. 시민사회 개선을 위해 ‘시민 감정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은 꽤 새길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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