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나라와 교역로를 뚫는 정공법을 택하거나, 아니면 일찌감치 미국과 관세 협정을 체결해 트럼프의 진노를 피한다. 미국 빼고 뭉치자고 깃발을 높이 드는 곳도 있고, 반대로 40%의 고율 관세를 맞고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환영 성명을 내기도 한다. 트럼프발 관세폭탄이란 격랑을 맞이한 국가들의 다양한 전략을 서방권 언론들이 조명하고 나섰다.
정석은 미국 외의 교역로 개척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재명 대통령은 방위산업과 무역을 위해 독일과 호주에 특사를 보낸다”며 13일(현지시간) 대한민국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브라질과 인도 역시 향후 5년 내에 양국간 교역량을 현재보다 70% 증가한 20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을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미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미국 요구를 맞춰주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나라가 늘어나면서, 서로 다른 국가와 협력하려는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베트남은 미국 수출 상품에 20%의 관세를 부과받기로 하고, 최대한 빨리 타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방법 역시 리스크가 있다. 바로 “조기 타결로 많은 것을 얻었는지, 아니면 많은 것을 잃었는지 모른다는 점”(파이낸셜 타임스·FT)이다.
또 여전히 세부 사항이 안개 속이라는 점도 위험 요소다. 베트남은 이번 관세 합의에서 중국 등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환적 상품에 대해 40%의 관세를 부과받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산 소재를 베트남에서 가공한 후 미국에 수출한 상품에 대해선 관세를 어느 만큼 부과하는지, 중국산 소재의 비중이 어느 정도가 돼야 환적상품으로 분류되는지 등 세부 사항 대해 미국과 베트남 양국 모두 공식 발표가 없는 실정이다.

유럽연합(EU)은 교역로 개척에서 더 나아가, 세계무역기구(WTO)를 대체할 새로운 자유무역체계 구축을 제안하며 미국 중심의 세계 체계에 반기를 치켜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EU 내에선 미국과 중국을 뺀 무역 구조를 짜는 아이디어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EU는 된서리를 맞은 미국의 전통 우방국 캐나다와 일본에 관세 공동 대응을 타진하는 한편, 인도네시아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타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와 협력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에 전세계가 들썩이는 상황에서도 40% 관세 폭탄을 맞고도 유일하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되레 기꺼워한 이채로운 나라도 있다. 2021년 쿠데타로 집권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총사령관은 11일 트럼프의 관세 서한에 “영광”이라며 이같은 성명을 내놨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나라를 번영으로 이끄는 진정한 리더십”을 칭송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얀마에 송출되던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예산을 삭감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미 대선 부정선거론에도 동조하는 문구를 넣었다. 그간 미국은 미얀마 군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접촉 자체를 하지 않았으나, 미얀마 군부가 트럼프의 관세서한을 군정 승인의 계기로 해석한 것으로 외신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