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0%는 찬성…일본, 여성에게도 왕위 계승 허용할까

2025-01-07

일본 국민 90%는 “찬성”

집권 자민당 내 부계 고집

일본에서 일왕(천황) 왕위 계승을 여성에게도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또다시 대두했다. 현 제도상 왕위 계승 자격이 있는 남성이 왕실 내 극소수인 데 따른 제안이다. 자격 개방에 미온적이던 보수 자민당이 ‘소수여당’이 된 현 정치 상황이 제도 개선을 논의할 적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아사히신문은 특집 기사에서 “황실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며 왕위 계승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전날 사설에서 “황실을 둘러싸고 있는 남은 숙제는 안정적인 황위 계승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현재 일본 왕족 중 왕위 계승이 가능한 사람은 3명이며, 현 나루히토 일왕의 자녀 세대 중에선 동생의 아들인 히사히토 한 명뿐이다. 일본의 왕위 계승을 규정한 법률인 ‘황실전범’은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은 부계, 그중에서도 남성만 왕위 계승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슬하에 딸인 아이코 공주만을 두고 있다.

승계 후보군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일본 내에선 수차례 여성 또는 모계 왕족의 왕위 승계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흐지부지되곤 했다. 지난해에도 여야는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실에 남거나, 옛 왕족의 남자아이를 입양하는 등 2개 방안을 제시한 2021년 정부 전문가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논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아사히는 특히 왕족 여성이 왕족 이외 남성과 결혼해 낳은 자식이 왕위를 잇는 모계 일왕에 대한 반발이 크다고 전했다.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강성 보수층에서 현행 부계·남성 승계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이 논의가 공전하는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당내 ‘소수파’로 꼽혀 온 고노 다로 전 디지털상은 모계 일왕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나 2021년 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말을 바꿨다. 모계 일왕에 열린 태도였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 역시 지난해 총재 선거 기간 중 “남성 승계 전통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발언해 당내 보수파를 의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0월엔 유엔차별철폐위원회가 황실전범을 개정해 “남녀의 동등한 황위 계승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하자 일본 정부가 “유감”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 정부는 2016년 심사 때도 황실전범 개정 권고에 강력 항의한 바 있다.

일본 내 여론은 여성 일왕 찬성이 많다. 지난해 4월 실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 90%가 여성 일왕에 찬성 입장이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여성 왕족의 배우자, 아이에게도 왕족 신분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사히는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는 안정적 황위 계승을 위한 여야 협의에서 중의원(하원) 의장·부의장은 올해 정기국회 때 ‘입법부의 총의’를 모으기로 합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사설에서 “국회는 여당이 중의원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며 “합의 형성에 각 당의 폭넓은 의견이 반영된다면, 황실 문제에 대한 숙의가 깊어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조문희 기자 moony@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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