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대통령의 최후 진술…“분노도 지겹습니다”

2025-03-01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을 맞았습니다. 잔인한 전쟁의 시간이 길어지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전쟁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를 한 뒤 종전 협상이 본격화했습니다.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 패싱’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쟁 발발 3년을 즈음해 세계 곳곳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그중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시위를 1면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사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3년…누구를 위한 결말로 달려가나’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그 ‘누구’가 누구인지 우린 압니다.

■2월 2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11차) 변론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탄핵심판이 시작되면서 헌법재판소 앞은 사진기자의 출입처가 됐습니다. 변론이 있는 날은 물론이고 변론이 없는 날에도 ‘일단’ 갑니다. 1면 사진 앵글에는 헌재 앞 통제 바리케이드와 경찰, 경찰 버스가 담겼습니다. 자주 봐서 피로감마저 들지만, ‘최후변론 하루 앞’이라는 그날 뉴스에 맞게끔 읽히기를 바랐습니다. 설명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라는 표현을 쓸까 말까 하다가 썼습니다. 익숙한 사진이 그런 느낌까지 전달하지는 못할지 모른다는 조바심이었습니다. 설명이 구차한 변명 같기도 합니다.

■2월 2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이 진행됐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84일, 탄핵소추 73일 만입니다. 최후진술에서 윤 대통령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로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며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습니다. 위헌·위법적인 계엄을 선포해놓고 반성도 없이 최후까지 정당하다고 강변했습니다. 분노도 지겹습니다.

대통령의 최후진술 모습과 탄핵소추단장의 최후진술을 마주보게 1면 사진을 썼습니다. 사진은 헌재가 제공하는 영상에서 사진을 캡처해 쓴 겁니다. 밤 늦은 시간까지 변론 영상을 올려주며 애쓴 헌재 관계자에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영상에서 추출한 사진을 저항하지도 못한 채 쓸 수밖에 없는 무력감과 허무에 휩싸였습니다.

■2월 27일

대학가에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화여대에서 재학생들이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를 같은 장소에서 열었습니다. 양측 참가자들이 뒤엉켜 목소리를 높였고, 집회를 하는 동안 엎치락뒤치락 현수막과 손팻말로 서로를 가리고 막아서며 충돌했습니다. 극우 유튜버 등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외부인들까지 교내로 들어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1면 사진은 이화여대 교정에서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에 각각 나선 학생들이 마주보고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입니다. 현재 대학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연한 사건이지만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하는 찬반이 자칫 두 목소리를 동등하게 보이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찜찜함이 있습니다.

■2월 2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 이후 첫 각료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날 정식 각료가 아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참석해 정부 지출 삭감 계획 등을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머스크를 전폭 지지하며 그에게 발언 기회를 줬습니다. 이어 참석자를 바라보며 “머스크에 불만 있는 사람 있나? 불만이 있다면 여기서 내쫓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농담 같은 말에 회의실엔 “긴장된 웃음”이 퍼졌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습니다. 농담으로 받을 수 없었겠지요.

트럼프 2기의 ‘실세’ 머스크에 쏠린 각료들의 시선을 1면 사진으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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