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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의 기자실은 비좁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원하는 모든 매체가 기자를 보낼 수 없고, 백악관출입기자협회라는 곳에서 로테이션 방식으로 출입하는 매체를 선정해왔다. 하지만 최근 백악관은 출입할 수 있는 매체의 선정을 기자협회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뉴미디어를 대거 선정했다.
뉴스 소비에서 뉴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지는 10년이 훨씬 넘었다.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종이와 방송 전파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매체 환경이 변했고, 이런 환경에서 뉴스 소비자와 빠르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의 뉴미디어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따라서 백악관이 이렇게 바뀐 미디어 환경에 맞춰 뉴미디어 기자들에게 출입증을 주겠다는 것은 적절한 선택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새롭게 선정된 매체의 기자, 크리에이터들 중에는 지난 수년 동안 가짜 뉴스를 퍼뜨려온 사람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백악관 정상회담 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왜 양복을 입지 않느냐”며 조롱했던 사람도 그렇게 포함된 극우 인플루언서였다. 그뿐 아니라, 새롭게 출입하게 된 뉴미디어 기자들 대부분이 극우 매체 소속이다.
백악관은 이런 변화가 그동안 주류 매체가 편향된 시각을 전달해 온 것을 수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과정에서 로이터, AP 통신 등 신뢰를 받는 전통의 통신사들이 출입증을 뺏겼다. 그 결과, 백악관 기자회견은 질문이 아닌 정권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자리로 바뀌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상 국영 매체들을 들여놓은 셈이다. 그러니 이번에 백악관 출입증을 받은 매체 중에 푸틴의 프로파간다를 충실하게 전달하는 러시아의 국영 타스 통신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특별히 놀라운 일도 아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