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날리고 결국 접었다”…잘 나가던 ‘이것’, 왜 버림받았나?

2025-10-30

‘오징어게임’도 못 살렸다…넷플릭스 게임 실험의 실패학

“미디어 산업 경계 무너지는 과정서 얻은 값비싼 수업료”

1000억원대 투자,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세계 1위 플랫폼의 자신감.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을 내세워 추진한 게임 사업이 인수 3년 만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세계적인 콘텐츠 플랫폼의 ‘게임 진출 실험’은 왜 좌초됐을까.

◆‘오징어게임: 모바일 서바이벌’의 날개없는 추락

31일 IT·게임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22년 미국 개발사 보스 파이트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게임 사업 확대에 나섰다.

핵심 전략은 ‘오징어게임’이라는 초대형 IP를 중심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1000억원이 넘는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 11월 ‘오징어게임: 모바일 서바이벌(Squid Game: Unleashed)’이 출시됐다.

출시 직후 107개국 무료 액션 게임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순항하는 듯했지만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업데이트가 지연되고 콘텐츠 완성도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자 유저 이탈이 급격히 늘었다.

결국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보스 파이트의 문을 닫았다.

현재 넷플릭스 전체 구독자 중 게임 이용자는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 스트리밍 제국의 야심 찬 도전은 ‘실패한 실험’으로 귀결됐다.

◆“영상 문법으로 게임을 만들었다”…산업 구조 오판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두고 “영상 플랫폼의 문법으로 게임을 해석한 것이 문제였다”고 진단한다.

콘텐츠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이번 실패는 단순히 ‘오징어게임’ IP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게임이라는 완전히 다른 생태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은 일방향 콘텐츠가 아닌 ‘참여형 경험’을 설계해야 하는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게임 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은 듯 보여도 이용자 유지와 업데이트, 커뮤니티 관리 등 지속 운영 능력이 핵심이다.

아무리 강력한 IP를 내세워도 ‘재미의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유저는 금세 떠난다.

‘오징어게임’의 세계관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집중한 넷플릭스식 접근이 한계를 드러낸 이유다.

◆“IP의 힘은 초반뿐”…유지력은 게임성의 영역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초대형 IP였다.

하지만 IP가 ‘게임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IP는 초기 유입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장기 생명력은 게임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오징어게임의 사회적 메시지나 긴장감을 게임 구조 안에 녹여내지 못한 것이 결정적 실패 요인이다.

결국 넷플릭스의 ‘게임판 오징어게임’은 브랜드 인지도에만 기대다 자멸했다는 평가다.

◆“1000억 투자, 스트리밍식 수익 모델은 결국 통하지 않았다”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 구조는 모호했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에서처럼 ‘구독자 기반 수익’을 게임에도 적용하려 했지만, 모바일 게임은 기본적으로 과금·결제 중심 모델이다.

게임은 단기 회수가 가능한 사업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게임을 하나의 ‘콘텐츠 확장’으로만 본 반면, 시장은 ‘지속 서비스’로 작동한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의 공통된 ‘함정’은?

사실 넷플릭스만의 실패는 아니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도 자사 IP를 활용한 게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영화나 드라마 IP를 게임으로 옮기려면 단순한 ‘이식’이 아닌 ‘참여형 내러티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을 제대로 해내는 기업은 드물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은 ‘관람’이 아니라 ‘참여’의 예술”이라며 “영상 중심 기업들이 게임의 몰입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IP만으로 성공을 보장받으려 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IP가 아닌 서비스다”…넷플릭스 실패가 남긴 뼈아픈 교훈

넷플릭스의 실패는 IP 중심 성장 전략의 한계를 보여준다.

아무리 강력한 콘텐츠 자산이 있어도, 산업의 문법이 다르면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사례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게임 시장에 진출할 때, 단순히 팬심이나 브랜드 파워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게임은 서비스이고, 운영이며, 커뮤니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패가 ‘후퇴’가 아닌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넷플릭스가 이번 경험을 통해 콘텐츠 기반 기업이 게임 산업에 진출할 때의 리스크를 학습했다는 것이다.

한 글로벌 트렌드 분석가는 “앞으로는 단순히 게임화된 콘텐츠가 아닌 콘텐츠화된 게임, 즉 이야기와 플레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게임 사업은 지금 멈췄지만, 이 실패는 단순한 사업 철수가 아닌 미디어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얻은 값비싼 수업료일지도 모른다.

IP의 시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산업 간 융합의 성공은 ‘이해의 깊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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