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의 화제작 ‘미키 17’은 얼음 행성을 식민지화하기 위해 파견된 인간 탐험대의 일회용 직원 미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에드워드 애슈턴의 2022년 소설 『미키 7』이 원작이다. 주인공 ‘미키(Mickey)’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미키’가 영어 이름이긴 하지만 사실 그리 흔한 이름은 아니다. 이는 ‘마이클(Michael)’의 축약형으로, 좀 더 귀엽고 어린아이 같은 느낌을 주는 변형이다. 마이클이 미키(Mickey 또는 Micky)가 되듯이, 존(John)은 조니(Johnny), 데이비드(David)는 데이비(Davey), 제임스(James)는 짐(Jim)이나 지미(Jimmy)로 불리기도 한다.
영어에서는 이러한 애칭들이 독립적인 이름으로 정착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닉(Nick)은 니콜라스(Nicholas), 샘(Sam)은 새뮤얼(Samuel), 짐(Jim)은 제임스(James)의 애칭에서 유래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이 별개의 이름으로 쓴다. 반면, 미키(Mickey)처럼 여전히 애칭으로 주로 사용되는 이름들은 다소 유치하거나 미성숙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특히 ‘미키’라는 이름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키, 즉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 때문에 더욱 어린아이 같은 이미지가 강해졌다. 이런 점을 미뤄봤을 때 책이나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으로 약간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주는 ‘미키’를 선택한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애슈턴은 “‘미키’라는 이름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야기 속에서 다소 어두운 주제가 다뤄지더라도, 이 이름을 통해 코미디 요소가 있는 작품임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영국 독자들에게 ‘미키’라는 이름은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는 영화의 줄거리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영국 영어에서 ‘take the mickey’는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비웃는다는 뜻의 관용 표현이다. 흔히 “Are you taking the mickey? (지금 놀리는 거야?)”처럼 질문 형태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 어떤 상황이 매우 짜증 나거나 불공평할 때도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0 pounds for a pint? Are you taking the mickey? (맥주 한 잔이 10파운드야? 지금 장난해?)”라는 식이다. 최근에는 장난하냐는 의미로 더 직설적인 ‘take the piss’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자칫하면 욕설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take the mickey’가 널리 사용된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