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와 사업 실패로 대리 기사와 경마장을 전전하던 기훈, 코인 유튜버로 구독자들까지 거액의 손해를 보게 만든 후 도망 다니는 명기, 홀로 키우는 아픈 딸을 위해 병원비가 절실한 경석.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 속 주인공들의 삶은 하나같이 팍팍하기만 하다. 이들의 처참한 빈곤과 소외 문제는 현실 세계와도 맞닿아있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게임 신드롬에 대해 “게임 속 세상만큼 살기가 힘들어져서 더 공감 가는 게 아닐까?”라는 말을 남긴 이유다.
‘내일’을 꿈꿀 수 없는 현실은 더 잔혹하다. 통계청이 지난 연말 발표한 ‘소득이동통계(2017~2022년)’에 따르면,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소득을 불려 나가야 할 청년들은 5명 중 1명꼴로 전보다 더 아래 계층으로 떨어졌다. 고령층 대다수는 5년이 지나도 빈곤층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고통받는 건 빈곤층만이 아니다. 소득 불평등이 1% 상승할 때 살인·절도·폭력 범죄율은 각각 19%, 9.3%, 2.1% 증가한다는 연구(조원석 조선대 교수)도 나왔다. “우리에게 이 나빠지는 세상을 뒤바꿀 힘이 있는가”라는 작품 속 물음의 답은, 얻지 못했다. 그러나 벼랑 끝 빈곤층을 위한 안전망 강화는 관심만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