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석열 정부, 보건·복지·고용 분야 재량지출 20조원 줄였다

2025-10-18

복지 분야 재량지출 비중 2년 새 9%P 급락

새 정부, 재량지출 늘렸지만 비중은 제자리걸음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고용 분야 재량지출이 2년 전보다 20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량지출’이란 정부지출 중 법적으로 반드시 써야 하는 ‘의무지출’을 뺀 나머지로,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됩니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보건·복지·고용 정책이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12대 분야별 의무·재량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보건·복지·고용 분야 재량지출은 62조2000억원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첫 해인 2022년보다 19조6000억원 줄었습니다. 같은 시기 전체 지출에서 재량지출이 차지하는 비중(결산 기준)도 36%에서 27%로 9%포인트 낮아졌습니다.

정부지출은 크게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나눕니다. 의무지출은 법적 지급 의무가 정해져 있어 정부가 임의로 손댈 수 없는 지출입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기초연금, 지방교부세, 국채 이자 지출 등이 포함됩니다.

재량지출은 전체 정부지출에서 의무지출을 뺀 나머지 금액입니다. 정부는 정책적 의지에 따라 재량지출 규모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량지출 쓰임새를 보면 그 정부가 그해 어떤 정책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결산 기준 재량지출이 1년 전보다 가장 많이 줄어든 분야는 연구개발(R&D)로 4조5000억원이 삭감됐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과학계 카르텔’을 비판한 이후 R&D 예산이 지출 구조조정 1순위로 지목된 여파입니다. 그 다음으로 보건·복지·고용 분야가 3조3000억원 줄었습니다. 환경 분야도 2000억원 줄었고요.

반면 지난해 재량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분야는 일반·지방행정(3조2000억원)이었습니다. 이어 교육(2조8000억원), 국방(2조60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1조7000억원), 공공질서·안전(1조6000억원), 외교·통일(1조4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1조3000억원), 농림수산식품(5000억원), 문화·체육·관광(1000억원) 순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보건·복지·고용 분야 재량지출은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는데요.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되 약자 복지는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간 셈입니다. 기재부의 ‘2023년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를 보면, 노인·아동·청소년·장애인 예산이 집중적으로 삭감되면서 278개 사업 중 176개(63.3%)가 폐지·통폐합 또는 감축 판정을 받았습니다.

다만 지난해 보건·복지·고용 분야 의무지출은 2년 전보다 26조2000억원 늘었는데요. 이는 정부가 별도의 정책을 추진하지 않아도 고령화로 의무지출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00만명이 연금 수급기에 들어섰고,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950만명이 올해부터 60세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은퇴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기초연금, 건강보험 등 의무지출도 자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차 의원은 “무분별한 감세 등으로 부족해진 재정을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 대신 재량지출을 대폭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한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보건·복지·고용 분야 재량지출은 소폭 늘었습니다. 예산을 기준으로 보면, 윤석열 정부에서 65조4000억원까지 줄었던 보건·복지·고용 분야 재량지출이 내년에는 71조원으로 올해보다 5조6000억원 증가했습니다. 12개 분야 중 가장 큰 증가폭입니다. 그 뒤를 R&D(5조5000억원), 국방(4조5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4조1000억원) 등이 이었습니다.

다만 전체 지출 대비 보건·복지·고용 분야 재량지출 비중은 여전히 낮습니다. 예산안 기준 보건·복지·고용 분야 재량지출 비중은 2023년 30.7%에서 2024년 28.1%, 2025년 26.3%로 3년 연속 줄다가 내년 예산안에서 26.4%로 0.1%포인트 반등하는 데 그칩니다.

차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고 복지 분야 재량지출을 줄인 것은 서민·취약 계층을 외면한 ‘국정 성적표’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내란을 했을 뿐 아니라 민생도 파탄 낸 대통령”이라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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