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에서 코브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늘자 정부는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내놨다. 처음에는 정책 효과가 빛을 보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코브라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포상금을 노리고 코브라를 사육하는 농가들이 급증한 탓이다. 결국 정부가 포상금 정책을 폐지하자 길거리에는 농가들이 내다 버린 코브라들로 넘쳐났다. 독일 경제학자 호르스트 지베르트는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되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코브라 역설’이 현대 경제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은 언제나 좋은(?) 의도로 시작된다. 정치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저소득층의 삶을 개선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정책 목표로 내건다. 하지만 정책은 ‘선의(善意)’가 의도한 대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저소득층의 더 나은 삶을 만들겠다고 했던 최저임금의 통 큰 인상은 인건비 부담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과 고용 축소로 이어졌다. 세입자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한 임대차보호법은 전세 공급량을 위축시켜 전세난이 악화됐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 되려 그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착한 정책의 역설’이다.
선한 의도라도 결과가 꼭 선하지 않다는 현실을 이미 수차례 경험했지만 현 정부 들어서도 착한 정책에 대한 집착은 여전한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연 15%대 금리는 잔인하다”는 발언 이후 불붙은 법정 최고 금리 인하 논란이 대표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서민 이자 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법정 최고 이율을 현행 연 20%에서 15%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인위적인 이자율 제한은 역설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 계층을 제도권 금융에서 내쫓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정 최고 금리가 2%포인트 인하되면 65만 명의 서민이 제도권 대출을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2021년 법정 최고 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지면서 대부업 이용자 수는 2020년 138만 9000명에서 지난해 70만 8000명으로 50% 가까이 줄어든 반면 불법 사금융 피해는 같은 기간 8043건에서 1만 5397건으로 무려 2배나 급증했다.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는 부동산 대책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5개월도 안 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삼중 규제로 묶는 세 번째 초고강도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안정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빚 내서 집 사면 투기’라는 위험한 인식 속에 대출 한도를 바짝 조인 탓에 서민·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는 원천 봉쇄되고 현금 부자들만의 세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의도가 선한 정책도 결과로 입증하지 못하면 나쁜 정책이다. 특히 선의를 앞세운 채 시장 원리를 무시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격언처럼 선의만으로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