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대학이 이른바 ‘족보’로 불리는 의대별 학습자료를 학교 차원에서 제공하기 위한 센터 설립 등 복귀 학생 지원을 본격화한다. 등록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집단 행동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차단하려는 의도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 등은 지난주 회의를 열고 대학별 '족보 제공센터' 설치 및 심리치료 등 의대생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각 대학별로 센터 설치 시 필요한 예산과 지원 사항을 정리 중”이라며 “이르면 다음주 안에 지원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업 내용과 주요 기출문제 등이 정리된 이른바 의대 ‘족보’는 1년 넘게 이어진 의대생 집단행동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시험 범위가 PPT 수만 장에 이를 정도로 공부 양이 많은 의대에서는 학생회나 선배들이 공유하는 족보가 개별 과목 시험과 의사 국가고시 통과의 핵심 역할을 해 왔다.
의대생 사이에선 ‘족생족사’, ‘족보가 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의대생 학부모 박모(52)씨는 “짧게는 의대 6년, 길게는 인턴·전공의까지 단체 생활이 이어지는 폐쇄적인 문화에서 한 번 찍히면 학교 생활이 어려워 개별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족보 관리 주체는 학교별로 제각각이었지만, 의·정갈등 국면에서 학생회가 이를 관리하면서 수업 복귀 희망 학생들에게는 족보를 제공하지 않는 사례가 빚어졌다. 서울의 한 의대 학생회로 구성된 비상대응TF는 지난해 5월 학생들에게 수업 집단 거부에 참여하지 않으면 족보를 공유하지 않고 족보 접근권도 영구 제한하겠다고 공지했다.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복귀를 하고 싶어도 이런 이유로 집단 휴학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공식적인 학습정보 공유센터가 생기면 학생들이 개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이 거듭 제기돼 왔다. 앞서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 역시 작년부터 교육부에 족보 등을 제공하는 대학별 의대교육 지원센터 설치를 요청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기준 전국 40개 의대는 모두 ‘등록’ 입장을 밝혔지만, 상당수 대학에선 아직까지 학생회를 중심으로 수업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재학생 단체대화방 등을 통한 익명 투표로 수업거부를 결의하면서 여전히 다수 대학의 수업 참여는 저조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등록 입장을 고수하며 370명의 학생들이 제적 위기였던 인제대 학생들은 이날 오전 ‘등록’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서울대도 전날 4개 학년을 대상으로 한 투표 결과 83%가 ‘수업거부’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다수가 수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대‧고려대 등에서 복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곧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