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떠났던 학생들이 1년여 만에 돌아오면서 의대 수업이 일제히 다시 시작됐다.
작년 휴학으로 24·25학번이 함께 1학년 수업을 받는 가운데 대부분 대학이 분반 등을 통해 분리수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달 초순까지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지켜본 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결정하고 나면 24학번 5.5년제 등 전반적인 교육과정 단축 방안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다만 일부 의대에선 재휴학이나 수업거부 등의 조짐이 보여 어렵게 다시 굴러가기 시작한 의대교육이 또다시 파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1일 각 대학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복귀 마감시한인 전날부터 다수 의대 수업이 재개됐다. 이날까지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포함) 중 인제대를 제외한 39개교 학생들이 전원 복귀했다.
성균관대는 이날, 가톨릭대·울산대·충북대·부산대 등은 전날인 3월 31일 개강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2∼3월 이미 개강한 고려대, 중앙대, 충남대, 건양대, 순천향대, 전남대 등은 기존 수업에 복학생이 합류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건양대 관계자는 "지난달 3일 개강한 뒤 현재까지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학사일정을 진행 중"이라며 "복학생들은 기존 수업에 합류하되 녹화된 강의를 개별적으로 학습해 수업 진도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대 관계자는 "지난달 4일 개강(4학년은 3월 17일)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며 "수업에 합류하는 복학생들은 녹화된 강의를 따로 학습해 진도를 따라가게 된다"고 전했다.
의대생들의 전원 복귀가 이뤄지기 전 개강한 의대의 상당수는 학생 보호 차원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왔다.
이제는 학생들이 대부분 돌아온 만큼 일단 온라인 수업을 1∼2주가량 유지하다가 차츰 대면수업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지난달 26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3월) 31일부터 첫 1∼2주간은 비대면 온라인 수업 예정"이라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지를 확인해달라"고 안내했다.
대학 측은 당장 대면수업을 전환하기 어려운 주된 이유로 기숙사 등 학생 거처 확보를 꼽았다.
특히 24학번의 경우 입학 후 바로 휴학한 만큼 타지역 학생들은 살 곳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부산대 관계자는 "학생들의 기숙사 등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여건이 준비되면 다음 주께부터 대면 수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4학번의 휴학으로 더블링(Doubling·배가)된 1학년 수업은 주로 24·25학번을 분반 등의 형태로 나눠서 시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희대는 110명이 수강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을 마련하고 학번별 두 개 반으로 나눠서 한 반은 교수가, 나머지 한 반은 실시간 화상 중계로 '미러링 수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부산대는 24학번은 양산캠퍼스, 25학번은 장전캠퍼스로 아예 캠퍼스를 분리해 수업한다. 또 24학번은 5.5년제를 통해 6개월 조기 졸업할 예정이다.
5.5년제와 같은 의대 교육과정 단축은 원활한 의료인력 배출을 위해 교육부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와 함께 제시한 방안이다.
다만 대다수 의대는 이제 막 학생들이 돌아온 만큼 전체적인 학사운영 방안은 조금 더 논의과정을 거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들의 전원 복귀와 정상적인 수업 참여가 확인되고 교육부가 이달 중순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천58명으로 되돌리는 결정을 재확인하면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1년여만에 의대교육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으나 일부 대학에선 재휴학 등 파행 조짐도 보인다.
복귀 스타트를 끊었던 연세대 의대는 등록금 납부 후 휴학계를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연세대 의대 학생회는 복귀 결정 당시 투쟁 방식을 '미등록 휴학'에서 '등록 후 휴학'으로 변경한다고 알린 바 있다.
울산대 의대 역시 많은 학생이 지난달 31일 재휴학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천대는 복학한 학생들이 다시 휴학계를 제출하기 위해 지도교수와 상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양대는 의대생 350여명이 지난달 말 등록 후 다시 휴학계를 제출했지만, 학교 측이 당일 전부 반려 조치했다.
건양대 관계자는 "의대 학생회 차원에서 학생회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재휴학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의대에서도 수업 참여율이 높지 않았다.
이날 오프라인으로 열린 인하대 의학과 1학년 전공 수업에는 정원 60명 가운데 8명만 참여했다.
아주대 의대 역시 지난달 4일 개강하고 오프라인 수업을 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실제 출석한 본과 학생은 10% 안팎에 불과했다.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등도 전원 복귀 신청했지만, 실제 수업 참여는 매우 저조했다.
부산대는 현재까지 기숙사에 들어오겠다고 밝힌 의대생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교육부는 정부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3천58명을 약속하면서 내건 전제 조건인 전원 복귀는 단순한 등록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여해 학점을 이수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재휴학이나 수업거부 시 기존 정원(5천58명)이 유지된다고 못 박았다.
또 등록 후 수업 미참여로 인한 유급이 누적될 경우 일부 대학은 학칙에 따라 제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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