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불, 예방·진화·구호·복구 신개념 마스터플랜 기대

2025-04-10

유례 없는 영남지역 산불은 기존 산불의 개념과 대책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산불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부작용 우려와 장단점이 만만하지 않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려면 정확한 원인 분석부터 필요하다.

여기저기서 이번 영남 산불의 대형화 원인으로 임도 부족, 헬기 문제, 침엽수 위주 숲 가꾸기 등을 지목한다. 과거 민둥산 시절과 비교도 안되는 임목률(林木率)과 산악 지형, 진화인력 부족 등을 감안할 때 임도 개설과 방재림 조성, 전천후 대형 소방헬기 확보 등은 산불 예방과 진화의 필수요건임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2023년 동시다발 산불 대응용 대형 헬기 확보를 담은 ‘산불백서’가 2년째 ‘백서(白書)’가 아닌 ‘백지(白紙)’로 있었다는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임도와 헬기만 가지고 이번 영남 산불에 대응할 수 있었겠느냐 하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침엽수와 낙엽수의 혼효림(混淆林)도 마찬가지다. 지리산 산불에서 보듯 낙엽이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상황에서 혼효림이 제 역할을 할지 등에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촘촘한 도시지역 소방시스템과 달리 의용소방에 맡겨진 산간 오지의 산불 예방과 진화시스템도 우선적으로 손봐야 할 부분이다. 소방인력이 산불 진화에 동원되면서 인명구호는 터지지 않는 휴대전화와 이웃 주민들 손에 매달린 재난구호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택과 건물, 논밭이 화마에 휩쓸린 산불 피해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그런 만큼 복구도 전시(戰時) 대응 수준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특히 대형 산불로 인한 과수원 등 대규모 농작물 피해 복구와 보상은 전례조차 없는 만큼 통합 매뉴얼부터 만들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과 생계 터전을 잃은 이재민에 대한 구호와 보상은 보험만 앞세우지 말고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선구호’ ‘선보상’에 나서야 한다. 농작물재해보험과 농어업재해대책이 있다지만 낮은 보험 가입률과 각종 특약, 비보험 대상에 쥐꼬리 복구비 등 구멍이 숭숭하다.

좁은 국토에 조밀한 취락구조, 임야와 농경지의 혼재라는 구조적 산불 취약성에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겨울 가뭄과 태풍급 강풍이 겹치는 산불은 그동안 알았던 산불이 아니다. 예방과 진화, 구호와 복구, 보상 등 산불대책의 신개념 마스터플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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