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3월 당대 최고 바둑기사 이세돌과 영국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 간 바둑 대결이 알파고의 일방적 승리로 막을 내리자 인류는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 충격이 잊힐 즈음인 2022년 11월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인간처럼 대화하며 글을 쓰는 새로운 형태의 생성형 AI 챗GPT가 등장했다.
챗GPT 등장은 충격보다는 경외에 가까웠다. 알파고가 기술 전문가의 삶을 바꿨다면, 챗GPT는 보통 사람의 삶도 바꿀 것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업무동향지표'에 따르면 이미 세계 근로자 4명 중 3명(75%)이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같은 해 7월 한국 생성형 AI 연구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국내 AI 사용자 10명 중 8명이 AI 활용으로 업무개선 효과를 보고 있고 주로 보고서 작성, 전략계획 및 의사결정, 데이터 분석에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과 강대국의 사활을 건 경쟁으로 인해 AI 발전 속도는 점점 더 가속화하고 의료, 신기술 개발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이미 AI가 인간의 역량을 앞서나가고 있다. AI 기술과 활용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되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공직사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인사혁신처는 'AI 업무지원 체계 구축 TF'를 운영해 공직사회의 AI 활용역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먼저 AI에 생소한 공무원들이 쉽게 AI와 소통할 수 있도록 'AI 업무활용 가이드'를 직접 개발해 AI와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연구·정리했다. AI의 개념 이해, AI에게 질문하고 지시하는 프롬프트 작성 방법과 같은 기본 내용부터 자료요약, 보도자료 작성과 같은 업무 분야별 프롬프트 활용 방법 등 실전 적용 사례를 담아 효율적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AI 기반으로 업무방식 개선도 시도하고 있다. 인사처 공직자 재산등록과 관련 '부동산 부정 취득자 심사' 업무의 경우 수만 건의 신고자료를 일일이 전국 1400곳의 택지개발지와 수작업으로 대조하며 처리해 왔으나 최근 AI를 활용한 검증 소프트웨어(SW)를 인사처가 자체 개발해 처리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심층 심사 대상자 선정 기간을 3개월에서 2~3일로 단축하고, 담당자는 취득 경위 분석 등 보다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공무원 인사 관련 각종 상담 및 문의 대응 시간을 대폭 줄이고 심도 있는 기획·검토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법령, 지침, 상담사례(Q&A) 등 인사처 내 업무 정보를 AI 지식체계로 통합해 실시간 컨설팅해 주는 '인사업무 AI 비서(AI Assistant) 서비스'도 개발 예정이다.
주역에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는 구절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변화가 필요하고 그 변화를 통해 길이 열리며, 이로써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고전적 통찰은 AI 시대를 앞둔 현재 우리에게도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AI와 함께 일하고자 하는 인사처의 변화 노력과 함께 우리 정부와 공직자도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가길 기대해 본다.
연원정 인사혁신처장 wjyeon@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