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찍는 회담 안한다”던 盧…‘NLL 포기’ 논란만 남은 평양행

2025-04-22

노무현의 시대를 마무리하면서 평양 방문,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10월, 임기를 4개월 남긴 대통령의 방북은 외견상 화려했으나 결말이 씁쓸했다. 노무현과 김정일이 손을 맞잡은 사진과 영상이 남아 있을 뿐, 요란했던 합의의 실체와 기록은 두 지도자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 노무현은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은 당연히 인정했지만, 자신의 임기 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취임 직후 야당이 밀어붙인 전임 김대중 정부의 대북 송금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민주당 주류인 동교동계와의 결별을 감수한 노무현 아닌가. 그런 노무현을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끌고 간 주역은 2006년 11월, 참여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으로 들어선 김만복이었다.

옛 중앙정보부 출신으로 대북 전문가였던 김만복은 꽉 막힌 남북문제를 풀기 위해선 정상 간의 직접 대화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믿는 인물이었다.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던 날 A4 한 장 분량으로 남북 정상회담 추진 필요성 등을 정리한 보고서를 들고 갔다. 임명장 수여식과 티타임이 끝나고 집무실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김만복은 준비해 간 보고서를 건넸다.

대통령님,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하십시오. 직접 만나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합니다.

그러나 노무현은 시큰둥했다.

에이, 지금 김정일을 만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어요. 만나도 구체적인 실적이 없으면 국민들에게 뭐라고 하겠어요. 적당히 사진만 찍고 오는 식의 만남이라면 굳이 할 필요가 없지요.

김만복은 포기하지 않았다.

평양 방문과 정상회담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결단해 주십시오.

김만복이 되풀이 설득하자 노무현이 마지못해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연재한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이 35회로 막을 내립니다. 4월 30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비공개 대화록을독점 공개합니다. 5월 7일에는 ‘에필로그-통합과 갈등 사이에서’를발행합니다.

사진만 찍고 오는 정상회담엔 반대

이런 노무현의 소극적인 자세는 후보 시절이나 취임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북핵 문제 해소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건의했을 때도 노무현은 “성사되기 어려울 테니 너무 애쓰지 말라”고 했다. 오히려 안희정·이호철 등 젊은 측근과 참모들이 대통령보다 회담 추진에 더 적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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